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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Nov 03. 2019

다수결로 결정할까요?

그래도 쉽진 않더라고요

"여기 부대찌개 4인분이요~"

점심시간에 들른 음식점에서 주문은 너무도 당연하게 한 가지 메뉴로 통일이 되었다. 물론 부대찌개 전문점이었으니 통일된 메뉴를 주문하는 게 당연하리라 생각도 되지만 그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많았는데 통일하는 게 이렇게 쉬운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본다는 스터디 모임의 리더를 한 적이 있었다. 시사토론 같은 토론 모임이었는데 한주에 있었던 이슈를 정리하고 그중 토론이 될 만한 내용으로 주제를 잡아서 토론을 하는 것이었다. 규모는 대략 7~8명쯤 많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이 좁은 모임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우선은 모임을 시작하는 것부터가 쉽지가 않았다. 당장 인원을 구해야 시작할 수 있는데 같이 시작하자고 했던 건 과 동기 한 명뿐, 이제부터 새로운 인원을 모아야만 했었다. 접근이 쉬운 학교 게시판부터 시작해서 각종 카페에 글을 올리고 모임의 장소와 방법 등 관련 내용들을 알리며 새로운 사람이 연락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시작된 오랜 기다림은 한 명, 두 명 연락이 올 수록 모임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새로 인원을 모집하고 있어서요, 저희 모임은 ~ "

새롭게 연락이 오는 사람이 있으면 늘 모임에 관한 설명을 하고 아직은 인원이 모이고 있는 중이니 며칠만 기다려달라는 말도 함께 남겼다. 그러면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떠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당장 뭔가 시작하고 싶어서 연락했는데 모여 있는 인원도 없고 신생 스터디라면 그들의 입장에선 김 빠지는 일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희 첫 모임은 언제가 좋을까요?"

우여곡절 끝에 4~5명 정도 인원이 모여서 첫 모임을 하자며 일정을 잡았다. 모여서 앞으로의 방향과 방법 등 의견을 조율해 볼 생각이었다. 날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중에 가능한 시간을 투표로 정하기로 했는데 '월, 수, 목, 금" 거의 모든 요일에 한 표씩 표가 나왔다. 아뿔싸... 이건 분명 내 실수였다. 사람들을 모아서 일정을 협의하고 정하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하니 정말 거의 모든 요일이 나와버리다니... 다행인지 아닌지 재투표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여 결국 모임 일자는 수요일로 정해지긴 했으나 그 날짜가 불가능한 사람들은 다시금 모임을 떠나가게 되었고, 시작 조차 할 수 없는 인원이 돼버린 상황이라 또다시 인원 모집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시작된 모임도 순탄하진 못했다. 이미 참석하겠다고 했으나 당일날 혹은 시작 몇 시간을 앞두고 불참 의사를 밝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단 함께 하겠다고 초대는 했으나 그 어떤 물음에도 대답은 없고 단톡 방에 글은 읽고 있던 사람 등 개인적인 일이야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곤 하지만 그 횟수가 늘어나면 당연히 이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스터디 모임은 한 두 달 정도 지속되고 종료되고 말았지만 그 당시를 떠올리면 아무리 적은 숫자의 사람이라도 일단 모이면 의견 통일이 쉽지 않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해 주었다.


음식점에서 통일된 메뉴의 주문을 받아가시던 사장님의 뒷모습에는 그저 경외감을 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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