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서 빛을 찾다
"탁~!"
새벽까지 글을 읽다가 잠을 자려고 조명 스위치를 눌러 불을 껐다. 순간 주위는 온통 암흑으로 변하고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 방이 그렇게 어두운 방이 아니라는 걸...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창문 밖으로 불빛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고 달빛도 흘러 들어왔다. 점차 동공도 확대되어갔고 주변은 어느새 사물의 형체를 알 수 있을 만큼 밝아지고 있었다.
어느새 연말이 지나 새로운 해가 밝았다. 연말과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갖고 있는 12월은 한편으로는 즐겁지만 또 한편으로는 잔인한 달이었다. 새로움과 끝의 흥분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한순간의 어둠 속에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방금 막 형광등의 전원을 내려 그 순간 눈앞에 닥쳐온 어둠에 익숙하지 못했던 내 눈처럼, 스스로에게 주어진 상황이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마음은 순간적으로 갈 곳을 잃고 움츠러들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은 저절로 흘러가고 있었고 그렇게 52주의 마지막 한주도 새로운 한주도 어느새 내 곁을 지나갔다. 바짝 움츠러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마음도 차차 정신을 차리고 캄캄할 것만 같았던 세상 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혼자일 것만 같았던 그 길 위에 어둠을 뚫고 들어오는 창문 밖의 불빛이나 달빛과도 같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었다. 힘들다며 마음속의 쓰레기를 토해내는 것 같은 질척거림에도 한없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불합리한 세상살이를 토로하는 중에도 공감하며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막상 눈 앞에 어둠이 닥친다고 하여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성급히 움직이려 하지 말자.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에 적응하고 밝아지는 눈처럼 어둠에 적응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창문 너머로 스며 들어오는 불빛과 달빛과도 같은 나와 함께 있어준 소중한 존재들로 인해서 그 어둠이 물러갈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하자. 암막 커튼을 치고 외부와 단절이 되어있는 경우엔 방안에 불빛이 사라지는 순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둠이 되어버린다. 한낮의 밝은 태양빛도, 한밤의 잔잔한 달빛도 모두 들어올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빛이 사라지면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마음속에 암막 커튼을 치지 말고 열어두자. 그리고 침대 위로 걸어가는 길, 그 가운데 뭔가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해 놓도록 하자. 짧은 걸음걸이라도 할지라도 아차 하는 순간에 넘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