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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Jan 15. 2020

그래도 아침이다

출근이 제일 힘들었어요

 “뜨아아아~~~”
 외마디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지르며 기지개를 켰다. 전날 잠을 늦게 잔 탓이었는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 깨려고 해서 그런 건지 도무지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1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겨울이다. 최근 일출 시간은 7시 30분을 훌쩍 넘어서 있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시간, 몸을 땅속 지하철에 구겨 넣고 있다가 그곳에서 탈출할 때면 날은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고 아직은 어두운 하늘에서는 떠오르는 태양보다는 달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서울의 여름 일출시간은 빠르면 5시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눈을 떠서 출근 준비를 할 때쯤이면 어느새 해가 떠 있고 조금만 늦어지더라도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를 뚫고 출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해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이불속에서 그저 밤이길, 아직은 아침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5분 단위로 맞춰놓은 알람을 하나둘씩 깨뜨려 나가면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면대로 향했다.


결국 그래도 아침이다. 깜깜한 어둠이라고 해도, 내 몸과 마음은 아직 밖으로 나갈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누워만 있고 싶고 또 더 잠을 자고 싶다고 하지만 결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게 막상 거리로 내 몸을 내던지고 나면 그곳에서는 나보다 훨씬 더 일찍 아침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와 지하철의 운전기사분들, 지난밤 흩어 뿌려진 길거리의 흔적들을 치우고 있는 환경 미화원분들, 특별히 도드라지지 않더라도 각자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해서 마주치게 되는 나보다 이미 먼저 도착한 상사 혹은 동료들까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 일어나기 싫고 지금 닥쳐온 현실 (거창하지만 매일 아침 출근이라는 그것)이 나에게만 다가온 혹독한 고난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막상 일어나 거리를 나서면 수많은 사람들 속에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 또한 변하게 될 것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일출 시간은 자연스럽게 앞 당겨질 것이고, 아침이라고 온 세상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뜨거운 햇살을 선물해 줄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 매일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새벽녘 어두컴컴한 상황에서는 더욱 힘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어둡진 않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 당장 어둡다고 하더라도 동트는 시간이 변하듯 가장 어두운 시간도 변하고 자신이 눈을 뜨는 시간이 어둡지 않은 밝은 아침이 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 그리고 일단 일어나자. 출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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