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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Nov 05. 2021

아파트 옆집, 그리고 위아랫집에 대하여

 이 집에 살게된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함께 입주했던 옆집 가족이 이사가고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왔다.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시기라, 이사 초반에 간단한 먹을거리를 전하며 인사를 하고는 그 이후로 서로 살갑게 지내지는 못했는데, 얼마 전 우연히 만난 엘리베이터에서 곧 또 이사를 가신다 했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파트 생활을 하며 그나마 옆집의 이웃과는 마음 속에 큰 불편함 없이 편하게 지내는 편이다. 

아랫집, 윗집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는 천장과 바닥을 공유하는 사이, 층간소음으로 서로를 인식하고 있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이웃과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위아랫집 이웃을 만나면 두 손이 급 공손해지고 서로 허공만 바라보기 일쑤다. 


 얼마 전, 아랫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왔다. 아랫집은 이사오기 전 꼬박 한 달 동안 인테리어공사를 했다. 간단한 공사는 아니고 대대적으로 싹 공사를 한 듯 했다. 무언가 철거를 하는 듯한 날은 쿵쿵 망치소리와 드르르륵 자르는 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마침 아이들은 방학 기간이었고 코로나 시국이었기에 우리는 거의 매일 집에서 공사 소음을 받아냈다. 긴 공사 소음에 대해 딱히 아랫집으로부터 양해를 구하는 말을 듣지 못한터라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참고 넘겼다. 


 그런데! 아랫집 이웃이 이사온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우리집 현관문에 붙은 쪽지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쿵쿵대는 소리를 주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쪽지를 받아들고 황당함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우리 아이들이 뛰었던 것 또한 사실이니 뭔가 분하지만 사과를 해야했다. 그러나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아 며칠의 시간을 흘려보낸 뒤, 결국은 사과편지와 함께 딸기 한 바구니를 전했다. 


 나는, 언젠가 우연히라도 아랫집 이웃을 마주치게 된다면 그들이 공사 소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 아주 쿨하게 "괜찮다"라고 말해줘야지 하고 계획까지 했었다. 그런데 뭐, 그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소음에도 굉장히 민감해 보이니, 우리는 더욱 까치발을 들고 걸어다녀야 할 것 같다. 여전히 조금은 분하고, 얄밉고,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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