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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Nov 27. 2021

고향에 대한 생각

"고향이 어디세요?'

잘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같은 고향 출신임을 알게 되면 어색함이 사그라들며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고향, 연고가 있는 시골.

내 고향은 충주다.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내가 2-3살이 되던 무렵에 서울에서 충주로 이사했다는데, 서울에서의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유초중고를 모두 충주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충주를 고향이라 여기고 산다. 


스무 살 이후로는 충주를 떠나 서울 경기 곳곳을 다니며 살고 있다. 

20년가량을 타지에서 살고 있으니, 이제 어느 곳이 나에게 더 애틋한 곳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들>이라는 책의 작가는 고향에 대해 '일 년에 서너 차례 들를 뿐인, 이제는 타향이 되어버린 고향'이라 표현한다.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듣고 보니 찰떡같은 표현이다. 타향이 되어버린 고향이라니.


'연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을 왜 타향이라고 못 박는가'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이제는 솔직하게 친자를 인정하듯 내가 사는 곳을 우리들의 고향으로 본적에 올려야 하리라'라는 구절을 읽으며 약간의 거부감이 드는 것을 보니, 나에게 여전히 고향은 애틋하고 특별한 곳인가 보다. 




집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충주를 찾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충주행 고속버스를 타곤 했다. 버스는 터미널을 빠져나가 이내 한강을 건넜다. 햇살이 반짝이는 한강물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조금 더 달리다 보면 금세 차창 밖 풍경이 익숙해지며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몸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서울을 빠져나가 익숙한 충주로 돌아가는 그 시간이 편안했다.


충주를 찾는 횟수는 차츰 줄어 2-3달에 한 번쯤 방문하다가, 이제는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가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충주는 나에게 늘 친근하고 포근한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충주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종종 남편과 내가 졸업한 학교 옆을 지나게 된다.


"여기가 엄마가 다니던 초등학교야!"

"여기는 아빠가 다녔던 중학교야!"


이제는 아득히 먼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엄마 아빠의 꼬꼬마 시절을 상상하며 아이들은 즐겁고, 나도 오랜만에 마주한 교정이 반갑고 설렌다. 잊고 지내던 친구들과 선생님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듯, 그곳에 가면 잊고 있던 시절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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