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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Nov 17. 2021

생에 마지막 식사를 한다면, 뭘 먹고 싶어요?

모든 것의 끝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가령, 태어날 때 생의 마지막 날이 표시된다거나 누군가와 처음 만날 때 헤어질 날이 정해진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주어진 그 시간에 감사하며 더욱 충실하게 본질에 집중하여 살 수 있지 않을까?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구입한 책은 초반 몇 장을 읽다가 책장으로 들어가기 일쑤인데,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은 대출할 때 반납기일이 함께 정해지기 때문에 보통 그 기간 안에 완독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저녁을 먹다 말고 아이가 물었다. 


"만약에, 죽기 전에 마지막 식사를 하게 된다면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요?"


"난 소 한 마리!"

여섯 살 꼬마는 누나의 엉뚱한 질문이 재미있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고민 없이 답한다. 

식탁 위로 한바탕 웃음이 퍼졌다. 


음......

아이가 재미로 던진 질문이었는데, 마치 실제 일어날 일처럼 신중하게 생각해 보았다. 생에 마지막 식사라니!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것을 먹고 싶었다. 


"엄마는 <산우리 제육쌈밥정식> 먹을래. 갓 지어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가마솥밥에 빨간 돼지고기볶음 쌈  싸서, 입이 꽉 차게 우적우적 먹고 싶어!" 


볼에 빵빵하게 공기를 불어넣어 씹는 시늉을 하니, 아이들이 즐겁다는 듯 웃는다. 


"저는 한식 먹을 거예요! 흰쌀밥에 미역국이랑, 소불고기에 잡채, 그리고 김치도 있어야 해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듯, 아이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뭘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던 남편은 

"난 뷔페 갈래. 마지막인데,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든 음식을 다 먹고 싶어. 게랑 새우도 실컷 먹어야지!"


평소 체질상 못 먹는 음식이 많은 남편은 금지된 음식들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의 마지막에도 우리는,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먹으며, 그렇게 일상을 살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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