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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Jul 04. 2022

나의 리틀 포레스트, 이모의 작은 텃밭

텃밭 생활을 시작하며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농사를 짓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라 생각했는데 나에게도 시골 생활의 즐거운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흙 한번 밟지 않고 살아온 내가 어찌 이리 식물과 텃밭에 푹 빠지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어린 시절 포근했던 텃밭의 경험이 몸 안에 흐르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매년 여름방학이면 나는 오빠와 함께 시골 이모 댁에 놀러 갔다. 집에서 차로 30분 남짓 거리에 엄마의 큰언니인 이모가 살고 계셨다. 엄마와 이모는 나이 차이가 스무 살 가까이 나서 나에게는 이모라기보다 외할머니 같은 느낌이었다. 이모 댁은 시골 한적한 마을 야트막한 산 아래 위치했다.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이,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오는 만물상 트럭이 들어오는 찐 시골이었다. 이모의 집은 오래된 기와집이었는데, 작은 방 세 개와 너른 대청마루, 조그마한 부엌과 창고가 있었다. 오래된 집에서는 은은하게 흙냄새와 옛날 나무 냄새가 났다. 외양간에는 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소의 눈이 참 크고 속눈썹이 예뻤던 기억이 난다. 바깥 아궁이에는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걸려 있었고 이모는 매일 그 아궁이에 불을 때 소 죽을 만들었다. 넓은 앞마당에는 꽃밭과 텃밭이 있었다. 뒷마당에는 앵두나무와 살구나무 자두나무가 한 그루씩 있었다. 야트막한 담장 밖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논이 펼쳐져 있고, 푸른 벼가 넘실대는 모습이 바다 같았다. 파란 하늘과 초록빛 벼의 색감이 강렬했다. 


나는 시골 이모 댁에 가는 것이 좋았다. 이모는 웃음이 많고 친절한 분이었다. 이모가 밥을 차려주실 때 옆에서 기웃대며 보고 있으면, 이모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 말을 건네며 웃어주셨다. 이모에게도 아들 딸이 넷이나 있었지만 언니 오빠들은 모두 자라 어른이 되어 있었으니, 이모 눈에 나이 어린 조카들이 그리도 귀여웠나 보다. 냉장고에서 김치 통을 꺼내 하나씩 내 입에 넣어주며 맛을 보여주셨다. "이거 먹겠어?"라고 묻고는 내가 맛있다고 하는 반찬들을 꺼내 주셨다. 나는 그곳에서 열무김치의 새콤달콤한 맛을 알았고 고들빼기김치의 쌉쌀한 맛을 배웠다. 오빠와 나를 위해 닭장에서 계란을 꺼내다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주셨고, 시골에서는 귀한 햄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구워주곤 하셨다. 이모와 오빠와 나 셋이 함께 작은 부엌 바닥에 동그란 상을 펴고 먹던 밥과 김치의 맛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에 남았다. 


이모의 반찬은 모두 이모가 농사짓고 키운 것들이었다. 이모의 텃밭에는 쌈 채소와 고추, 방울토마토가 심겨 있었다. 뒷마당에는 닭장과 토끼장이 있었다. 식사 준비를 할 때 이모는 어린 나의 손을 잡고 텃밭으로 가 상추와 고추를 따고, 닭장에서 계란을 집어왔다. 뒷마당 과실나무에서 앵두를 때 먹고 살구와 자두를 따 먹기도 했다. 시장에서 사는 채소와 과일이 아니라, 직접 키운 채소를 수확해 먹는 경험이 어린 나에게 신선하게 스며들었다. 싱싱한 상추에 밥을 싸 입에 넣어 오물거리며 쌉쌀하고 고소한 상추의 맛을 좋아하게 되었다. 요즘도 해마다 여름이 되면 살구와 자두를 사 먹는다. 살구와 자두는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과일이라 자칫 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살구와 자두가 눈에 띄면 꼭 사 먹게 된다. 이모의 뒷마당 나무에서 따 먹던 살구와 자두의 향긋한 내음이 코 끝에 맴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꿈꾸는 마당 있는 집의 모습은 그 시절 이모의 집과 닮았다. 일 년에 단 며칠간만 머물렀을 뿐인데 마당 있는 이모 집에서의 여유로운 일상이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마당이란 공간은 이전엔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었다. 아파트 혹은 빌라에서 바깥, 그러니까 현관문 너머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나가려면 누군가의 시선도 함께 신경 써야 한다. 마당은 분명 바깥이지만 대문을 나서기 전까지는 나만의 공간이니 (그것이 어떤 모습이었든) 집에서 있던 차림 그대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현관문과 대문 사이, 여백의 공간은 바깥세상과 나 사이의 완충지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눈곱도 떼지 않고 잠옷을 입은 채 하늘을 보며 마당을 거니는 상상을 해 본다. 몇 년 전 효리네 민박에 나온 그들처럼, 마당 처마 밑에 캠핑 의자 하나 놓아두고 언제든 자유롭게 나와 앉아 쉴 수 있는 공간, 상상만으로도 여유가 느껴진다. 


비가 내리는 날은 더 신이 난다. 마당에서라면 우산을 쓰지 않고 온 몸이 흠뻑 젖도록 시원하게 비를 맞을 수 있다. 핸드폰이나 지갑 등 젖으면 안 되는 물건들은 집 안에 두고 몸만 마당으로 나와 흠뻑 젖어본다. 비에 젖은 옷을 걱정할 것도 없이 훌훌 벗어 세탁기에 넣고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따뜻한 물로 몸을 헹궈내면 좋겠다. 이렇게 홀딱 젖도록 비를 맞아본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순간 어렴풋이 자유를 느꼈다. 우산 없이 비 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커다란 물방울들이 저 멀리서부터 떨어지는 모습이 실감 나게 보였다. ‘비야, 너, 얼마 전까지 구름이었던 거니?’ 얼굴에 그대로 떨어지는 비의 감촉도 신선했다. 코로나 이후로는 마당 있는 집이 더욱 간절하다. 어느덧 코로나와 함께한 세 번째 여름이 지나갔다. 더운 날에는 물놀이만 한 것이 없는데, 코로나 걱정으로 마음 놓고 수영을 할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마당 있는 지인들이 마당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해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는 모습을 볼 때면 진심으로 부럽다. 또 하나 부러운 것은 마당 가득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거실 창문 옆에 차곡차곡 화분을 줄 세우고 있는데, 여유 공간이 줄어갈수록 아쉽다. 더 이상 화분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인데 심고 싶은 씨앗은 줄을 서있으니 말이다. 마당에 나만의 작은 텃밭이 생긴다면 나는 평생 집 안에서 지내도 심심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고(잡초도 무성하고)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려나.  


어린 시절 내 마음에 들어온 이모의 작은 텃밭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명하게 살아남아 우리 가족의 텃밭 생활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텃밭에서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어린 시절 이모의 텃밭을 누비던 나를 본다. 지금의 텃밭 생활이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기억으로 각인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이 시절을 추억하며 식물 생활을 하게 될까?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한동안 식물 생활을 잊고 바쁜 삶에 휘몰아치듯 살아가다가도, 언젠가 필요한 때에 다시금 이 시절의 파릇한 기운을 기억해 내고 식물의 즐거움을 기억해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이들에게 텃밭의 즐거운 경험을 선물해 주세요!


1. 집 주변 가까운 곳에 주말텃밭을 분양받으세요!


매년 초 주말텃밭 분양이 시작되며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텃밭은 뭐니 뭐니 해도 가까운 것이 최고예요! 걸어서 갈 수 있으면 최고! 차량으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이어야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답니다!


2. 시작이 반이다! 주말 텃밭을 분양받았다면 절반은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들을 알려드릴게요.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준비할 것"

- 장화: 텃밭은 모두 흙입니다. 운동화는 흙투성이가 되기 일쑤. 일상생활에서 신는 신발 말고 텃밭 전용 장화가 있으면 편리합니다. 흙이 잔뜩 묻어도 물로 한 번 헹구어주면 끝!

- 장갑: 흙과 풀을 만질 때 장갑으로 손을 보호해 주세요! 

- 호미: 다양한 농기구 중 초보 도시농부에게 필요한 농기구는 호미. 


이외에도 계절과 관계없이 긴팔 옷과 모자를 착용해 자외선을 차단해 주세요! 모기와 벌레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도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선크림도 꼭 발라주시고요. 더운 여름날에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밭일을 합니다. 한낮에는 너무 더워 위험해요! 


3. 텃밭에는 무엇을 심을까?


무엇을 심어야 할지 잘 모를 때는 모종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기후를 고려해서, 어떤 작물을 심으면 좋은지를 추천해 준답니다. 3-4월에는 쌈채소와 감자, 5월엔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 오이, 호박 등 대부분의 열매채소를 심을 수 있어요. 열무와 시금치 옥수수도 심고요. 8월 말에는 배추, 무 등의 김장 채소를 심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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