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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Sep 30. 2022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산다

식물이 자란다, 아이가 자란다, 나도 자란다

과일과 채소를 먹고 남은 씨앗을 심어 키우는 일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은, 그 씨앗들이 원래대로라면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생명을 품고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씨앗들이, 약간의 물과 햇빛만으로 힘겹게 싹을 밀어 올리며 연둣빛 생명을 탄생시킨 것이다. 바싹 마른 씨앗 속에 숨겨진 생명을 발견하는 마음으로, 나는 계속해서 씨앗을 심는다.  


씨앗이 그 안에 신비로운 생명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사람도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산다. 가능성을 피워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찬란하게 피어날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사람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신비롭다. 어린이는 특히 더 그러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부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들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장점과 특기를 들여다볼 겨를도 없이, 사회가 원하는 하나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다.  


다양한 씨앗을 싹 틔우며, 씨앗마다 발아하는 조건이 모두 다름을 알게 되었다. 어떤 씨앗은 심은지 하루 이틀 만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가 하면, 또 어떤 씨앗은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추운 겨울을 보내야 비로소 싹이 트는 경우도 있다.  어두컴컴한 환경에서 싹을 틔우는 씨앗도 있고 또 어떤 씨앗은 빛이 있어야 싹을 틔운다. 싹트는 온도 역시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씨앗이 가진 고유의 발아온도, 빛의 여부를 체크하여 세심하게 관리해주어야 비로소 건강한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성향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종종 아이 친구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애는 공부 쪽은 아니야.’, ‘얘는 책 보는 것 싫어해.’라며 아직 어린아이의 가능성을 미리 단정 지어 말하는 경우가 있다. 행여나 아이가 들은 것은 아닌가 흠칫 놀랐다.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내며 돋보이는 아이도 있고, 학창 시절 내내 조용히 지내다 느지막이 존재를 드러내는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혹은 더 늦은 나이에 자신만의 꽃을 활짝 피워내기도 한다. 다른 집 아이가 반짝이며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너도 빨리 꽃을 피워내라며 아이를 다그친다면 서로가 힘겨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개별적인 존재로 보고, 아이가 가진 다양성을 인정하며 독려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가능성을 알아보고 이를 싹틔우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균형 있게 발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부모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으로 아이를 만들어 가는데 급급해 정신없이 휩쓸릴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는 어떤 걸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을 하며 행복해하는지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격려, 믿음, 기다림, 필요한 교육과 정보 제공, 그리고 공감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성공적인 삶이라 여겨지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나머지 다수의 사람들은 상실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이들 안에 숨겨진 가능성의 씨앗이 무사히 싹을 틔우고 커다란 나무로 자라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들이 뭔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내가 자주 해주는 말이 있다. 

"엄마도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어.", "엄마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아이들 눈에는 무엇이든 다 알고 척척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인데, 어렸을 때는 자신들처럼 어설프고 서툴렀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듯하다. 


"너희들은 아직 어린이잖아. 원하는 게 있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이룰 수 있을 거야! 차근차근 노력해 보자! “


아이들이 가능성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하면서 문득 나에게로 시선이 옮겨간다. 아이들에게 잘 될 거라고 얘기해 주면서,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늦었다 생각 말고 꾸준히 노력하면 이루고 싶은 일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이 평범한 진리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다 깨달았다. 새로운 꿈을 이루기엔 늦은 나이라 생각했는데, 지금부터 10년 20년 꾸준히 읽고 쓰고 공부한다면 다시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나 역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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