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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Jan 02. 2021

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올해 코로나로 동적인 활동이 줄고 퇴근 후 신랑과 야식을 즐기면서 살이 4-5킬로 정도 쪘다. 식욕을 억누르려 나는 먹방을 즐겨 보았다. 처음에는 안 먹고도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 좋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나중에는 식탐이 더 커졌다. 더 먹은 것을 빼기 위해 운동을 했더니 이번에는 운동이 숙제처럼 느껴졌다. 어느 사이 먹거나 먹방을 보거나 운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음식과 운동이 내 삶에 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돌아보면 나는 중학교 때부터 20여년 동안 음식과 운동에 관심과 시간을 많이 쏟았다. 하루 1천 칼로리 제한, 덴마크식 다이어트, 식초우유, 황제 다이어트, 헬스, 복싱, 산행, 수영 등 많은 시도가 있었다. 모두 살을 빼기 위한 것이었다. 6개월에 16킬로를 빼보기도 했고, 3개월만에 10키로가 다시 찌기도 하는 등 몸무게는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살을 빼기 위해 음식과 운동에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을 텐데, 왜 나는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걸까?

나에게 ‘몸은 곧 내 명함’이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신경 쓴 결과를 외적으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던 마음이 컸다. 거기에 다양한 메뉴를 최소 3인분 이상은 거뜬히 맛있게 먹는 ‘먹방’은 내 식탐을 돋웠다. 반대로 매끈하고 날씬한 몸매로 알려주는 다이어트 상식들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시 굳게 했다. 나는 내 몸이니 가장 통제하고 변화를 주기 쉬운 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엎치락뒤치락하니 이제 피곤했다. 

질문을 바꿔봤다. ‘살을 어떻게 하면 또 뺄까?’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살을 빼는 것인가?’로. 내가 원하는 것은 즐겁게 먹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 아닌가? 다이어트는 나도 모르게 강박이 되어 있었다. 이를 깨달은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이제부터 다이어트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은 ‘그러니’ 정도로 반응했다. 주변 사람들 중에 내가 살쪘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나만 신경을 썼던 것이었다.  

일단 먹방부터 끊었다. 많이 먹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나도 죄악시 하지 않으니 먹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운동은 산책, 요가, 근력운동, 필라테스 등 하고 싶은 운동을 하고 싶을 때 했다. 그랬더니 운동은 숙제가 아니라 운동마다 다른 재미와 효과가 있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과 집안일과 취미에도 관심을 돌릴 수 있었다. 

삶이 불만족스러울 때 음식은 즉각적인 재미와 만족을 주었다. 식욕은 절제하려 할수록 한순간에 폭발했다. 지금의 몸은 나의 타고난 체질과 반복되는 일상의 결과이고 생존을 위해 항상성을 지니고 계속 움직이는 유동적인 체계이다. 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쓴이

나래.

태어난 걸 후회하지 않기 위해 즐기며 살되, 살면서 민폐를 덜 끼치기 위해 비판적으로 읽고 생각하고 종종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


* 이 글은 글맛 공방 프로그램을 이용하신 분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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