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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탁 May 05. 2016

새내기 기획자가 본 타협의 불안

어색함에 익숙해지지 않기

쌀쌀한 아침이 뜨거운 오후가 되었다가 다시 찬 바람이 부는 밤이 되는 변덕러운 날씨네요.
스타트업의 장점이라고도 하고 저 또한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인 '빠른 변화'가 떠오르는데요.
이런 빠른 변화 속에서는 여러 갈등이 발생합니다. 의사결정, 새로운 인사, 프로젝트 전체의 재고...
그런 갈등 중에서도 제가 가장 체감한 것은 '타협'입니다. 이전까지 겪은 타협의 경험과 현재의 입장에서
타협을 대하는데 필요한 자세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어떠한 의견이나 생각도 감사합니다:) 



중학교 시절, 시험을 보고 집에 돌아갈 때면, 80점짜리 시험지를 부모님께 보여드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옆집 누구는 70점이고, 윗집 걔는 75점이야!" 그러면 엄마는 저에게 "너보다 잘하는 친구들을 봐야지?"

그때는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는데 지나고 보면 다 잘되었으면 하는 부모님 마음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ㅎㅎ


누군가는 땅을 치며 한탄하고 누군가는 뛸 듯이 기뻐하겠지요?



저런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어릴 적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유난히 그런 학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누구나 의외로 '자신에게 관대한' 성격을 지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많지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운동선수나 끊임없이 연구하는 과학자분들은 

이런 점이 중요할 수도 있겠네요.


많은 순간에서 자신을 막아서는 것은 다름아닌 자신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 저와 제 주변 친구들은 이런 음흉? 한 구석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모의고사를 보고 채점을 할 때, 수학 식에서 숫자를 잘못 봐서 틀린 경우에 '이건 사실 맞은 거나 다름없어..!'라는 식이지요. 흔히 말하는 '정신승리'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정신승리의 사전적 정의를 검색해보면, 

'루쉰의 「아큐정전」에서 유래한 말로, 일종의 자기 합리화를 통한 심리학적 방어기제'라고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큐정전」의 주인공 아큐는 동네 깡패들에게 얻어맞고 '나는 아들한테 맞은 격이다. 아들뻘 되는 녀석과는 싸울 필요가 없으니, 나는 정신적으로는 패배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자기보다 약한 이들에게는 힘을 행사하지요. 여기서는 '봉건 문화를 비판하고 민중혁명을 꾀하고자 했다'라고 나오지만 지금은 그런 의미보다는  앞서 말한 자기 합리화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중국 구사회, 민중의 문제를 다룬 루쉰의 '아큐정전' 


사실 이 단어에 대해서 접하고 익숙해진 것은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쓰고는 있었겠지만 역시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또 대중적인 게임이 등장하면서 더 폭넓게 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셀 수 없이 많아진 SNS. 얼마나 많은 SNS를 사용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이 '정신승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런 시대이니만큼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도 있겠다 싶고 현대의 불안에 대해서 어쩌면 잠시나마 '안심'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 팀이 나갈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짜고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상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정신승리'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불안한 일상에 잠시의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할 때, 고려하게 되는 UI나 각종 기능들을 연계에 대해서 정말 수많은 시간과 검토를 하며 하나하나 배치하고 뒤엎고 다시 짜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이러한 반복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느껴집니다. 

경험 상, 아무래도 저런 식으로 기능을 넣으면 분명히 그때 넘겼던 문제가 더 큰 문제로 돌아오더라고요.

예견된 문제라고 해야 할까요? 제 주변의 누군가는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저런 문제가 발생할 줄 알았어'라는 식으로 반응하더군요. 저런 반응을 보고 그 사람이 '긍정적이구나'라고 반응을 해야 하는 걸까요?


작은 아쉬움을 뒤로 넘기고  한 선택은거의 대부분 후회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장인정신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하나의 조직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과 바로 앞에 놓인 불편함보다 더 큰

미래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설령 앞에 놓인 길이 오르막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라도 굳건히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기획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다른 팀원들도 그런 각오가 있어야겠지요!)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길도 무작정은 아니라도 참고는 해야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지금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많은 갈등과 고민과 마찰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들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자신을 곧 잘 발견합니다.

그러나 기업이란, 하나의 생물체이며 사람의 집단이고, 모순이라는 지렛대로 팀을 성장시키는 존재라는 말을 떠올리며 팀과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성장통이라 믿으며 꿋꿋이 해나가려 합니다.



밤새 만든 기획안이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든가, 

팀원들이 하루 전에 시작한 기획의 기획안이 나오지 않는다고 눈치를 주더라도...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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