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캠퍼스를 걸으며 만난 자연 친구들
매년 2월 말이 되면 건국대학교 일감호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와우도 역시 새 학기를 준비 중인 학교 캠퍼스만큼이나 시끌벅적 해집니다. 긴 추위를 피해 떠났던 여름철새 왜가리가 이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죠. 원래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조용한 섬이었는데 2009년부터 왜가리들이 이곳에 둥지를 짓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도심 속 생태공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연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산책을 처음 시작한 그 순간부터 그저 그런 공간에 불과했던 건국대학교 와우도가 다른 의미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굳이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고도 집 근처에서 왜가리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그제야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2011년 3월 드디어 왜가리를 만나러 건대 와우도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십여 마리 왜가리들이 와우도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이름으로만 들어오던 왜가리라는 존재를 제 눈으로 직접 경험하는 순간입니다. 한 친구는 하늘을 날아다니고, 다른 친구는 분주하게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만들고, 또 다른 녀석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등 와우도 생활을 막 시작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렇게 자연생태 기행에 즐거움과 깊이를 더해주었던 건대 와우도 왜가리 인연이었습니다.
왜가리 친구들을 처음 만나며 건국대학교 자연생태 탐방 인연을 맺기 시작한 이후 이 곳은 시간 날 때마다 들리는 단골 장소가 되었죠. 관심을 가지고 공간을 들여다보니 조금씩 변하는 와우도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분명 이 섬에는 왜가리만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백로 친구들이 이 곳으로 건너와 함께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도심 한복판에서 보기 쉽지 않은 해오라기와 민물가마우지들까지 이 곳을 찾아오면서 섬 생활은 더욱 북적북적해졌습니다. 그만큼이나 제 와우도 탐방 이야기도 더 풍성해졌던 시간들입니다.
2015년은 건국대학교에서 연구원 활동을 시작하며 건국대 자연생태 나들이에 전환점을 경험했던 시기입니다. 지역주민으로서 이따금 찾아와 휴식을 취하던 캠퍼스 공간이 매일 출근하는 일터로 변하면서 학교 공간을 더 깊이 둘러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미처 몰랐던 새로운 숲길도 알게 되었고, 학교 구성원들이 캠퍼스 생태와 자연친구들을 어떻게 느끼고 대하는지 관찰하기도 했지요.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학교 숲길에서 운 좋으면 마주칠 수 있었던 청서와 딱따구리, 길을 걷다 어느 순간 눈 앞에 다가왔다 사라지고 하던 텃새 친구들, 그리고 어느 해 가을 아침 출근길에서 우연히 마주쳐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밀화부리와의 만남입니다. 그렇게 그 친구들을 매일매일 마주치고 관찰하면서 도심 한 복판에 위치한 대학 캠퍼스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곳곳에서 야생의 삶이 이어지고 자연의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 캠퍼스 생태나들이를 시작한 2011년부터 5년이란 시간 동안 여러 식물들을 만나며 배울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건대 캠퍼스 공간 곳곳에서 다양한 식물 친구들을 만났던 순간은 어린이대공원이나 아차산과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예종과 야생화, 그리고 나무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계절 따라 제 마음을 설레게 하던 캠퍼스 산책길이었죠.
어디에서 씨가 날라 왔는지 이름표 없이 구석에서 홀로 피어나던 할미꽃
항상 5월이 되면 캠퍼스 한편을 파랗게 물들이는 보리밭
친숙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난생처음으로 경험한 모과나무 꽃과 은행나무 꽃
도감으로만 접하고 언제나 볼 수 있을까 고대해오다 뜻하지 않게 캠퍼스에서 마주친 영춘화와 회화나무 꽃
5월 캠퍼스를 하얗게 수놓으며 내 마음을 흔들었던 이팝나무 꽃
늘 변함없이 캠퍼스 출근길을 반겨준 자작나무
되돌아보면 21년이란 시간을 건국대학교 캠퍼스와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그러나 처음 10년은 아무것도 보고 느끼지 못했고, 그다음 6년은 캠퍼스 풍경을 조금씩 담기 시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16년이란 시간을 흘러 보낸 이후에야 비로소 그저 그런 도심 캠퍼스 공간이 아니라 진짜 자연과 생명을 품고 있는 공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살아있는 삶에 대해 배우며 성장했던 시간들입니다. 그래서 참 고맙고 소중한 공간 인연으로 자리매김했지요.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캠퍼스 공간으로 더 좋아지고 더 오래 지속하길 바랍니다.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에코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