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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Apr 10. 2019

태양열로 요리 한번 해볼까요?

해님이 고맙고 기다려지는 요리시간,  태양열 조리기



태양열 조리기를 마음에 품기 시작한 그때 그 순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주제로 대학교 수업을 진행하던 때였습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에 담긴 철학, 이론, 주요 동향을 소개하는 동시에 실제로 생활방식을 바꿔보는 프로젝트 수업도 같이 진행하곤 했지요.  과정에서 저 역시 자연스럽게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거나 수업교구로 소개할 수 있을 만한 적정기술 제품을 찾아보는 일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여러 제품군이 있지만 언제나 가장 먼저 일상생활에 들이고 싶었던 친구는 태양열 조리기(Solar Cooker)입니다. 국내외 친환경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다양한 태양열 조리기 사용 사례를 보면서 저도 꼭 실생활에서 태양열로 음식을 만들어보는 일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을 가졌지요.


그러나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실용성과 효율성을 간과할 순 없습니다. 손재주가 없는 저로서는 TV 속 사람들처럼 뚝딱뚝딱 태양열 조리기를 만들어 내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상대적으로 무겁고 부피가 너무 큰 태양열 조리기를 생활공간에 들이는 일 역시 쉽지 않았지요. 그렇게 계속 태양열 조리기 기술과 제품 동향을 살펴보며 저에게 맞는 제품이 등장하는 순간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태양열 조리기를 일상 속으로 받아들인 첫 순간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2017년 가을에 기존 태양열 조리기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을 만한 새로운 태양열 조리기를 발견했지요. 바로 진공 유리관을 이용한 태양열 조리기입니다. 태양열 반사판을 이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특수 제작한 진공 유리관을 이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휴대성도 강화한 새로운 콘셉트로 개발된 제품입니다.  


여러모로 이 정도면 실제 생활에서 쓸만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전기오븐이나 전기팬을 사느니 이걸 오븐 대용으로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날로 구매를 결정했지요. 10년을 기다린 끝에 저도 드디어 태양열 오븐이 생겼습니다. 처음 사용할 때 그 설레는 느낌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태양열 조리기를 제 일상 속으로 들였고 가족들과 함께 그 변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고 낯설어하시는 아버지도 마, 토란, 단호박과 고구마를 태양열 조리기로 쪄 먹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십니다.  누나네도 이따금 집에 올 때면 태양열 조리기로 간단한 간식을 만들어 먹으며 '정말 쓸만하네'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진공 유리관을 이용한 튜브형 태양열 조리기 (2~3인용)

 



태양열 조리기 같이 써 보실래요?


지난 2년 동안 태양열 조리기를 사용해 보니 감자, 고구마, 단호박을 쪄 먹는 일을 제외하곤 태양열 조리기가 우리나라 식생활 문화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점을 발견했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븐 기능을 이용해 서양식 요리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빵도 한번 구워보고, 피자도 직접 만들어보고, 고기 요리도 해보며 활용 가능성을 계속 찾고 있는 중이지요.


가스불로 요리할 때보다 시간이 약간 더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진공관 타입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꽤 매력적입니다. 요리과정을 지켜보지 않아서 좋고, 해가 진 이후에도 진공관 안에서 따뜻하게 보온이 되는 덕분에 태양열 조리기로 조금 이른 저녁을 준비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여러모로 해님과 한걸음 한걸음 더 친해진 기분이랄까요?  


그러고 보면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정보를 찾아보면 계속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체감할 수 있지요. 그리고 한걸음 더 나가 거기에 참여해 보는 일도 때론 필요합니다. 많은 분이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적정기술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일상생활에서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님이 고맙고 기다려지는 요리시간
그 기분 같이 느껴보실래요?

 


 태양열 조리기로 요리하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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