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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Apr 25. 2019

당진 삽교호 해안탐방로

자연 친구들을 만나며 함께 걷는 아산만 생태기행



아산만을 한눈에 즐기며 걷는 당진여행, 당진 삽교호 해안탐방로


버스를 타고 서해대교를 건너는 동안 창 밖 저 멀리 '런던아이' 같은 회전 전망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궁금한 마음에 집에 돌아와 지도를 보니 당진 삽교호 관광지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퇴역한 군함을 전시관으로 조성한 함상공원, 아산만을 조망할 수 있는 바다공원, 해양테마과학관, 해양 캠핑 공원, 그리고 놀이동산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먹을거리가 한데 모여있지요.  


겉보기에는 시끌벅적한 유원지 같지만 조금만 더 깊이 이곳을 들여다보면 조용히 걷기를 좋아하는 이를 위한 특별한 여행코스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산으로 이어지는 삽교천 방조제를 따라 걸으며 아산만과 삽교호를 만나는 여행이고, 두 번째는 삽교천 물길을 따라 걸으며 삽교천 하구 생태를 만나는 여행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여행은 함상공원으로부터 시작해 서해대교 방향으로 쭉 걸으며 아산만을 한눈에 즐기는 해안탐방로 도보여행입니다.     


지금부터 같이 삽교호 해안탐방로를 같이 걸어 볼까요?
아산만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곳, 삽교호 해안탐방로




함상공원-해양테마과학관, 그리고 고라니 한 마리


삽교호 유원지에서 출발하는 모든 여행 시작점은 함상공원입니다. 그리고 함상공원 옆에는 해양테마과학관이 사이좋게 붙어 있어 있지요. 간단한 산책, 해양테마 전시물 관람, 그리고 군함 안에서 펼쳐지는 이색 테마관람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함상공원에서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군함 사진을 찍 도중에 그 아래 바다에서 묘한 움직임을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고라니입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온통 아스팔트와 상가건물 밖에 없는데 이 친구는 과연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 이 친구도 길을 찾으려 애를 쓰는지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아산만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듭니다.


고라니가 헤엄치는 모습은 난생처음 봅니다. 학명(Chinese Water Deer)에 걸맞게 수영 솜씨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해안선을 따라 헤엄치면서 제 시야에서 멀어지는 고라니를 바라보며 무사히 다시 자연 품속으로 되돌아가기를 응원했지요.


삽교호 함상공원과 해양테마과학관,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고라니 친구




바다공원에서 만난 조류 친구들


삽교호 해안탐방로 세 번째 지점인 바다공원으로 이동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산만을 만나는 시간이지요. 바다공원에는 여러 다양한 시설이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아산만 깊숙이까지 연결되어 있는 전망데크입니다.  


서해안 특성상 맨눈으로 썰물 시간 때 갯벌생태를 관찰하기 쉽지 않은데, 관찰데크 덕분에 아산만 갯벌생태를 한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었지요.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괭이갈매기들이 반갑다고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줍니다. 나그네새들이 한반도를 통과하는 봄이라 그런지 드넓게 펼쳐진 갯벌 위에는 알락꼬리 마도요를 비롯한 다양한 도요새들이 와 있습니다. 그리고 저 쪽 먼 곳에는 아직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은 겨울철새 대백로가 한참 먹이활동에 몰두하고 있네요.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서해대교 방향을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흰색이라 또 백로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는 순간 심장이 쿵 할 정도로 반가운 친구임을 알 수 있었지요. 바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입니다. 검은색 부리 모양이 넓적한 주걱같이 생겼다고 해서 영문 이름은 'Black-faced Spoonbill'이지만, 우리는 먹이를 먹기 위해 부리를 휘젓는다고 해서 저어새라고 부르지요. 이렇게 가까이서 저어새가 먹이 활동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처음이라 정신없이 그 모습에 빠져듭니다.   


바다공원 전망데크에서 만난 조류 친구들




해안탐방로 갯벌 풍경 이모저모


저어새 만남을 뒤로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해안탐방로를 걷기 시작합니다. 왼쪽에는 논 풍경을 볼 수 있고 오른쪽에는 갯벌 풍경을 만나며 걸을 수 있는 멋진 길입니다.  


문득 되돌아보니 제가 출발했던 장소는 어느새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보입니다. 자연이 아산만을 화폭 삼아 그려낸 다양한 갯골 풍경 역시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멋진 그림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갈매기와 도요새 소리를 들으며 아산만을 더 깊이 느낍니다.


잠시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해안탐방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어디선가 낯선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처음 만나는 친구라 더 설레고 반가운 만남입니다. 나중에 도감을 통해 확인해 보니 '갯벌에 사는 꿩'이라고 해서 개꿩이라 불리는 친구입니다. 


갯벌 위에는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온갖 게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합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칠게가 짝짓기 시즌을 맞이해 암컷을 향해 열심히 구애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그렇게 아산만이 품고 있는 자연과 야생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입니다.  


삽교호 해안탐방로에서 만난 아산만 갯벌 풍경 이모저모




해안탐방로 논 풍경 이모저모


계속 반복되는 갯벌 풍경이 다소 지루해질 쯤이면 고개를 돌려 시골 논 풍경을 바라봅니다. 이곳에 오니 그토록 보기 힘든 토종민들레가 해안탐방로 주변 논둑에 한가득 피어있습니다. 생애 첫 토종민들레를 만난 날이라 더욱 반갑고 정겹게 느껴지네요.


무심코 길을 걷던 도중 무언가 후다닥 하고 도망갑니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로 마주친 고라니입니다. 수풀 속에 숨어 있던 고라니가 제 발소리에 놀랐는지 정신없이 도망을 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우와'할 정도로 동물원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생명력을 제대로 느낀 순간이었지요. 그리고 얼마나 겁이 났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렇게 뛰어갈까 싶어 미안함도 느꼈습니다.

 

'나 때문에 놀랬다면 미안해'


해안탐방로에서 만난 논 풍경 이모저모- 토종민들레와 고라니 친구




삽교호 해안탐방로에서 만난 작은 어촌마을, 맷돌 포구


안내지도상에 해안탐방로 종점으로 표시된 맷돌 포구에 도착합니다. 작은 어촌마을인 맷돌 포구는 이름만큼이나 푸근한 곳입니다. 썰물 시간대를 맞이해 한적한 맷돌 포구 주인공은 사람과 거리감이 가장 가까운 새 중의 하나인 갈매기입니다. 갯지렁이를 찾아내 꿀꺽 삼키는 애기 괭이갈매기를 비롯해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이곳에 와 보니 안내지도와 달리 해안탐방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서해대교 방향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맘 같아선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더 들다보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오늘은 여기서 발걸음을 멈춰야 합니다.


맷돌 포구에 울려 퍼지는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이렇게 맷돌 포구에서 해안탐방로 트래킹을 갈무리합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먼 곳까지 가보려 합니다.



다음이란 단어가 기다려지는 삽교호 해안탐방로,
다음번에는 어떤 풍경과 친구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맷돌 포구 풍경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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