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관에서 배운 참회 의미
서울을 떠나던 그해 1월, 서울성곽길을 걷다가 우연찮게 윤동주 문학관에 발길이 닿았습니다. 때마침 '영화 동주' 개봉을 앞두고 있던 시기라 다양한 채널에서 윤동주 시인 이야기를 다루던 시기였지요. 영화로 윤동주 시인을 만나기 앞서 이곳에서 그가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학창 시절 시험을 보기 위해 윤동주 시인 작품을 단편적으로 읽은 것이 전부입니다. 막연하게나마 우리나라 대표 저항시인이며 해방을 앞두고 일본 형무소에서 의문사를 당했다는 정도만 아는 정도였지요. 그날 문학관을 둘러보며 윤동주 시인이 살아온 삶을 새롭게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가 쓴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배웠습니다. 그중에서 '참회록'에 얽힌 이야기는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울림을 느낀 일화입니다.
참회록은 일제 탄압을 피하는 동시에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원하는 문학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창씨개명을 앞두고 그가 느낀 감정과 참회하는 마음이 담긴 시입니다. 누구나 삶을 살면서 실수할 수도 있고 부끄러운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을 대하는 마음과 다음 태도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쓴 또 다른 작품인 우물을 공간으로 구현한 전시관 '닫힌 우물'에 들어앉아 그 의미를 계속 곱씹어보았던 그날 오후입니다.
윤동주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