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8일. 녹색 특집-나비효과를 주제로 무한도전이 방영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3팀으로 나뉜 멤버들이 각기 다른 장소에 도착한다. 유재석, 노홍철, 하하는 휴양지 몰디브로 꾸며진 컨테이너 1층으로,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은 얼음으로 둘러싸인 같은 컨테이너 2층 이글루 집으로. 길은 평범한 다른 집으로. 몰디브에 도착한 멤버들은 도착과 동시에 더위를 느끼고 에어컨을 작동시킨다. 그와 동시에 이글루 집에서는 에어컨과 연결된 실외기가 작동하고, 히터 하나가 켜진다. 덕분에 얼음은 서서히 녹아가고, 녹은 얼음물은 몰디브 집으로 흐른다. 느닷없이 흘러 들어오는 물에 몰디브 멤버들은 전화로 북극 멤버들에게 불평을 쏟고, 북극 멤버들 역시 얼음이 녹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길은 집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길은 과도하게 물을 쓰며 샤워를 하고, 냉장고 문을 하염없이 열어 놓는 낭비 행위를 지속한다. 이로 인해 북극 집에 탄소 경보가 울리고, 작동하는 히터 개수가 점점 늘어간다. 북극 집의 온도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녹는 얼음은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늘어나는 물이 몰디브 방을 점점 침수시킨다.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무한도전을 시청한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특집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이 특집은 여전히 나의 마음 한편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 지구 곳곳에서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모의로 체험한 피해를 실제로 겪고 있다.
솔직히 고백하면 뒷글을 몽땅 스킵하고 이 문단만 봐도 무방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중간중간 사견을 넣고, 나름의 윤활유 같은 문장들을 끼워넣기는 했지만, 이 글은 기본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의 주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축약한 글이다. 이미 시중에는 이 글보다 더 전문적이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정리된 글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고, 더욱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는 강의 영상이나 시각을 압도하는 영상미를 가미한 훌륭한 다큐들도 많다. 그런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기후 위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나는 애초에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런 부류의 글을 본격적으로 써본 적도 없기 때문에 자신이 없고, 많이 위축된다. 이 글을 ‘브런치북’으로 쓰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고, 쓰는 와중에는 머리를 쥐어짜며 이렇게 밖에 못 쓰냐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단순하다. 시대의 흐름에 무임승차 하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얼른 타세요!’라고 한번 소리치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글을 쓰는 것을 망설이는 것보다, 어설픈 글이라도 써서 ‘단 한 사람’의 마음에 약한 파장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힘겹게 타자기를 두들겼다. 부디 하루빨리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과 같은 영향력을 끼칠 기후 책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여기까지는 서론의 서론이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종합적으로 요약하면,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세대가 직접 마주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상 기온으로 인한 극단적 일기 현상들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 명징한 증거이다. 또 기후 위기는 인간이 만들어 낸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미 IPCC 6차 보고서에서 '인간이 기후 위기를 초례했다'라고 못을 박았다. 기후 위기는 문명 발전의 결과인 것이다. 물론 지구 평균 온도는 지구가 생긴 이래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지만 이토록 짧은 시간에 급격한 기온 상승은 없었다. 수천, 수만 년의 시간 동안 벌어질 일이 단 100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벌어졌다. 산업 혁명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1.3도 올랐다고 하는데, 이 정도의 온도 상승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는 200년간 매초 4개의 원자폭탄이 터져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후 위기는 현실이다. 그리고 인간이 그 원인이다. 그리고 우리는 급박한 상황에 초례해 있다. 난 기후 위기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낙담하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노력한다면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로써 나는 전문가들을 통해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을 알게 됐다.
첫째, 식습관을 바꾸는 것. 그중에도 육류, 특히 소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둘째,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 인간은 지나칠 정도로 새것, 새로운 것을 선호한다.
단순히 이 두 가지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엄청난 양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약해 보이는 개인이 모여 주류가 된다면 힘을 가진 대형 기업, 자본들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것만으로도 기후 위기에서 조금은 도망갈 수 있다. 지구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 기후 위기를 행동으로 대처하는 것은 단순히 기후 현상(現狀)에 대한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류에 의한, 인류를 위한 지구는 더 이상 옳지 않다는 사실을 확립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구에 거주하는 수많은 생명 중 하나인 ‘인간’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앞으로 지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는 일이다. '기후 위기'는 동물의 문제도, 식물의 문제도, 지구의 문제도 아니다. 그들은 기후 위기가 뭔지도 모른다. 그러니 관심도 없다. 오직 인간만이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노력해야 할 일이다. 지구가 인간을 지키는 일은 의무가 아니지만, 인간이 지구를 지키는 일은 이제 의무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