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이변
- 대지에서 벌어지는 일.
2016년 11월 8일. 세계 기상기구(WMO)는 최근 5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기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세계는 매년 최악의 폭염에 시달렸고,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미국 국립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21년 7월은 전 세계 관측 142년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9년 9월에 시작해 2020년 2월까지 지속된 호주 산불은 남한 면적보다 넓은 1,800만 헥타르를 불태웠고, 건물 6,500여 채를 소실시켰다. 그 과정에서 33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코알라의 경우, 1만여 마리가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8월. 그리스 에비아섬 역시 산불은 서울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며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수백 명이 살기 위해 삶의 터전을 놔두고 배를 타고 빠져나오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2021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역시 7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산불이 있었다. 이 산불은 미국 역사상 8번째로 위험한 산불로 불렸고, 캘리포니아주에서 두 번째로 큰 산불이었다. 피해 역시 상당했다.
2021년 12월. 미국 콜로라도주 역시 대형 산불이, 2021년 7월에는 온라인 묘목 기부가 이어진 터키 산불이 있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 역시 산불로 홍역을 치렀다. 이는 모두 건조한 날씨 때문에 특히나 극심한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22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2도 상승한 해였다. 50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유럽의 64%가 물 부족에 시달렸고,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다.
2023년은 우리나라 해상 관측 역사상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은(19.8도) 해였다. 또 WMO 사무총장은 기록상 2023년이 가장 따뜻한 해였으며 엘니뇨가 이런 기록적인 기온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사에 의하면 동해, 서해, 남해 등 한반도 연안 해수면이 지난 30년간 매년 3.03cm씩 상승해 전체 평균 총 9.1cm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동해안이 3.74cm로 가장 높았고, 울릉도는 무려 6.17cm나 상승했다. 2010년부터는 상승 속도가 전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으며,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고 한다. 기후 위기를 대처하는 수준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2100년에는 여의도 면적의 172배에 달하는 국토가 침수되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자연환경 분야 온라인 매체 어스 닷컴에 따르면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의 예비 데이터에서 남극의 해빙 면적이 지난 2월 22일 약 194만 1,000㎢로 나타나며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고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은 남극의 거대 빙하 중 하나인 스웨이츠 빙하는 현재 곳곳에 균열이 난 상태이고, 3~5년 내 붕괴하여 전 세계에 엄청난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 국립 해양대기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일어난 해수면 상승이 앞으로 30년 동안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미 침수 피해가 상당히 진행되는 상황이다. 2100년에는 9개 섬 모두 수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지반 침하와 잦은 침수 피해로 2019년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으로 수도 이전을 계획했고,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간빙기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이었지만 현재는 400ppm을 초과하여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안면도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1999년에 369ppm이었지만 2020년에는 420ppm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지구 온난화는 10만 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밀란코비치 주기와 관련이 없다. 최근 수십 년간의 지구 온난화는 태양광 입사량의 주기적 변동과는 별개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인간이 만든 현상이다. 산업화의 결과로 급속히 증가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될 것이다.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농작물 피해, 화재,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로 온갖 고초를 겪고 있다. 이는 모두 기후 위기의 시그널이다. 극단적 이상 기후다. 언제나 이런 일이 있어 왔다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벌어졌다는 사실보다 빈번한 횟수, 재난 피해 크기가 매번 심상치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매해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최대 강우량을 기록하는 이런 기이한 일이 연이어 계속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늘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불행이 반복되면 익숙해지는 습성에 빠지면 안 된다. 그게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피해를 당하는 건 당연히 인간뿐만 아니다.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 아니 모든 생명과 자연이 기상과 기후에 영향을 받고, 처참하게 멸종 수순을 밟는 종도 많다. 이는 곧 생태계 그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생태 환경, 거주지, 식량 등 생존에 관여되는 모든 영역에서 모든 종이 기상 이변의 문제를 직격탄으로 맞는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는 누구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찾아온다. 위에 나열한 일들이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아무 일 없으니까. 이번 봄에도 여전히 개나리와 벚꽃은 필 거니까. 여름이면 매미가 울고 가을이면 낙엽이 지고, 겨울이면 눈이 내릴 테니까. 이처럼 평범한 일들은 당연히 일어나니까. 내 삶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니까. 지난날들에 벌어진 저런 재앙은 이미 내 눈앞에서 지나가 버린 일이니까. 나한테는 그리 큰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까.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일들은 우리의 실감과는 관계없이 일어난 일이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산불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라고 이런 생각을 안 하고 살았을까.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일이 닥쳤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인간에게서 비롯됐고, 인간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현재 지구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다. 내가 하는 소리가 아니다. 기후 전문가들이, 과학자들이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