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를 위한 멈춤을 허락해 보자
오늘날 요가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활동 중 하나이다. 헬스나 러닝처럼 단순히 ‘운동’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지만, 요가를 단순히 신체만을 단련하는 활동으로 보는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다. 요가의 본질은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조화롭게 연결하고 균형을 이루는 데 있다. 왜 요가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수련으로 작용하는지 지난 글에서 이야기를 해보았다. 어렵고, 딱딱한, 전문적인 지식으로 보이는 글로 여러분을 지루하고, 힘겹게 만든 것 같다. 전에도 말한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길게 써놓은 의도는 요가의 깊이에 대해 나누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 가볍게 풀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요가 매트에 앉아, 또는 지금 이 순간의 자세가 어떻든 눈을 감고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쉬어 보자.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 마음속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한데 모이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요가는 바로 그런 순간을, 요란한 나의 마음과 정신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주게 만들어 주는 활동이다. 단순한 호흡이자 신체적 운동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훨씬 더 깊다. 요가를 하는 동안 나의 의식을 호흡에 집중시켜 몸과 마음을 연결하고, 현재의 나 자신과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하곤 한다. “요가가 왜 단순한 운동이 아니에요? 스트레칭이나 근력운동의 일종 아닌가요?” 이 질문은 요가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느끼는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반복하지만 요가는 우리 몸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수련이자 쉼표 같은 시간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종종 몸과 마음이 분리된 상태로 살아간다. 나의 의지로 활동을 이어가는 게 맞는 건지 의심이 들정도로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내야만 하고, 마음 역시 나의 순수한 의식과 내면, 의도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생각에 휘둘리며 어디론가 떠돌아다닌다. 요가는 이 둘을 알아차리고, 하나로 묶는 다리 역할을 한다.
요가의 핵심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다. 예를 들어, 요가 동작(아사나)을 수행할 때 우리는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에 집중하고, 호흡의 리듬을 인식하며, 순간순간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음은 자연스럽게 현재로 돌아온다. 요가의 신체적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내적 평화와 명확함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요가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키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따라서 요가는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을 넘어,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관리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현대 의학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또 하루에 4만 개 이상의 생각이나 상상을 하며 살아간다. 회사에서 미팅을 하고, 휴대폰을 확인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동시에 내일의 할 일을 떠올리며, 과거의 일을 떠올린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한 번 멈춰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지금이 아닌 다른 곳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 요리를 하면서도 이미 머릿속은 내일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몸은 지금 부엌에 있지만, 마음은 내일로 가 있는 거다. 요가는 이런 몸과 마음의 분리 상태를 바로잡는 데 도움을 준다.
요가를 할 때는 온전히 내 몸과 동작에 집중해야 한다. 손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허리가 얼마나 펴졌는지, 숨을 들이쉬는 순간과 내쉬는 순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이렇게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면, 떠돌아다니던 마음도 서서히 지금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될 때, 그제야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알아차림이자 현존이라는 것을.
요가에서 호흡은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시는 생리적 과정이 아니다. 호흡은 마음과 몸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요가의 호흡법(프라나야마)은 호흡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며 신체와 정신을 조화롭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얕고 빠른 호흡을 하며, 이로 인해 신체적 긴장감이 더 커진다. 하지만 요가의 호흡법을 통해 천천히, 깊게 호흡하는 방법을 배우면 신체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가 수업에서 가르치는 기본적인 깊은 복식 호흡은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심박수를 낮추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호흡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곧 우리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과 직결된다. 결국 요가에서 호흡은 단순한 공기의 흐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연결을 강화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요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호흡이다. 사실 요가 동작(아사나)을 아무리 잘 수행해도, 호흡이 함께하지 않으면 요가의 본질을 경험하기 어렵다. 요가 철학에서는 호흡을 단순히 공기를 들이마시는 행위로 보지 않고,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로 여긴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치밀어서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를 떠올려 보자. 그때 호흡이 어떻게 변할까. 파도처럼 거칠어지면서도 한없이 가벼워지고, 빨라지고, 불규칙해진다. 반대로 마음이 평온할 때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느리고 깊다. 마음이 호흡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면 마음도 변화할 수 있다. 요가의 호흡법(프라나야마)은 바로 이런 원리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긴장을 푸는 깊은 복식 호흡을 하면 몸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동시에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찬 마음도 차분해진다. 마치 바람이 잔잔해지면 흔들리던 나뭇가지가 가만히 멈추는 것처럼 말이다.
요가 자세, 즉 아사나의 본질은 단순히 신체를 특정한 형태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요가 자세를 통해 우리는 몸의 한계를 존중하고, 긴장을 풀며,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초보자가 요가를 시작할 때 복잡한 자세를 시도하면 자연스럽게 몸의 긴장과 저항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왜 이 자세를 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지만, 요가는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한다.
요가 자세를 수행하며 우리는 몸의 특정 부위에 집중하고, 그 부위의 긴장을 풀어주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신체적 경험은 결국 우리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 요가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관찰하고, 마음의 패턴을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마음과 몸이 서로 대화하도록 돕는 도구인 것이다.
요가는 단순히 동작을 따라 하는 활동이 아니다. 요가를 하다 보면 몸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여기 너무 당겨지고 있어.”
“이 자세는 지금 나한테 너무 어려워.”
“피가 쏠리고, 숨이 잘 안 쉬어져서 죽을 것 같아.”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만큼 고통스러워.”
이전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몸의 신호들이 요가를 통해 선명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몸을 단순한 도구로 대하지 않게 된다.
요가는 단순한 신체적 훈련을 넘어 자기 인식의 시간이 된다. “내 몸은 왜 이렇게 뻣뻣하지?”, “왜 이 동작이 안 되지?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신체적 불편함과 버거움 속에서도 감정과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그저 지켜보는 힘. 그 과정에서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인내를 발견하고, 결코 불가능할 것 같았던 동작을 해내는 기쁨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삶으로 스며든다.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요가에서처럼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마치 아기가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처럼, 우리는 삶 속에서도 천천히 균형을 찾아간다.
요가는 단순한 운동 루틴이 아니라 철학적, 영적 기반을 가진 실천이다. 요가의 근본 철학은 인간의 존재를 신체적, 정신적, 영적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고대 요가 경전인 《요가수트라》에서 파탄잘리는 요가를 “마음의 작용을 멈추게 하는 것(Chitta Vritti Nirodhah)“으로 정의했다. 이는 혼란스럽고 방해가 되는 마음의 파동을 가라앉히고, 내면의 평화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가는 삶의 외적인 성공이나 성취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요가는 자신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외부 세계에 흔들리지 않고, 진정한 자신과 연결될 수 있다.
우리가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의 연결을 경험할 때, 그 순간은 단순히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나 자신과의 만남이다. 외부 세계의 혼란스러운 소음 속에서도 내면의 고요를 찾는 것, 그것이 요가가 지향하는 진정한 목표이다.
《바가바드 기타》에서도 요가를 삶의 균형을 찾는 도구로 묘사한다. 요가는 단순히 동작이나 명상의 실천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다.
현대 사회는 끝없는 속도 경쟁 속에 우리를 몰아넣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고, 하루 종일 과도한 정보와 업무, 인간관계 속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다. SNS 속 타인의 삶을 보며 비교하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은 지쳐 있지만, 정작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는 쉬는 날조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멍하니 화면을 스크롤하거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것이 우리가 ‘쉰다’고 착각하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요가는 이런 현대인의 삶에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아 주는 도구다. 요가는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쉼표이며, 멈춤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연결한다
우리는 보통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단절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몸은 지쳐 있는데도 쉬지 못하고, 마음은 불안한데도 이를 애써 외면한 채 바쁘게 움직인다. 하지만 요가를 할 때 우리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집중하게 된다.
“오늘 내 몸은 어떤가?”
“어디가 뻣뻣하고, 어디가 긴장되어 있지?”
“이 자세를 하면서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요가 매트 위에서 우리는 몸을 움직이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한다. 몇 번의 깊은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요가는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현대인의 삶은 늘 ‘다음’으로 향한다. 다음 미팅, 다음 할 일, 다음 목표. 우리는 늘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놓치고 살아간다. 하지만 요가는 지금, 여기에 머무는 연습을 시켜준다.
동작을 하며 균형을 잡을 때, 호흡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쉴 때, 우리는 현재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잠시라도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오직 이 순간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요가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요가는 더 유연한 몸뿐만 아니라, 더 유연한 마음을 만든다
요가를 하면 몸이 유연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요가를 통해 마음도 유연해진다는 것이다.
어떤 동작이 처음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자세가 점점 익숙해지고 가능해진다. 이 과정은 삶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삶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요가를 통해 우리는 불편함 속에서도 숨을 고르고, 다시 중심을 잡는 법을 배운다. 내 몸을 믿고, 시간을 들이면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삶에서도 같은 인내와 균형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매트 위의 경험이 삶으로 확장된다
요가는 매트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요가를 통해 배우는 호흡과 인내, 균형의 감각은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한 뒤,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 하나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순간.
짜증이 날 만한 상황에서 잠시 멈추고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
삶이 흔들릴 때, 요가에서처럼 중심을 잡고 다시 서려는 태도.
이 모든 것이 요가가 주는 힘이다.
지금, 나를 위한 멈춤을 허락하자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때때로 멈출 줄 아는 것이다. 요가는 우리에게 그 멈춤을 선물한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연습이 아닐까.
매트 위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삶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당신의 몸과 마음은 이미 그 연결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요가가 단순히 운동이 아닌 '수련'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요가는 단순히 유행하는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고 본질로 돌아가는 도구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도 매트 위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마음을 변화시키고, 삶 전체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요가의 힘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당신의 몸과 마음은 분명히 그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 깊은 평온과 진정한 나에게로 향하는 여정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