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 3-5
얼마 남지 않은 작은 캔들에 불을 붙였다.
방 안은 금세 부드러운 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그 옆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하루의 끝을 천천히 마무리 지었다.
불빛은 작게 흔들리다 어느 순간 잦아들었고,
방 안은 조금 더 고요해졌다.
이불을 덮고 누웠다.
바깥은 이미 고요했고,
천장은 어둠에 잠긴 별처럼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하루가 끝나는 이 순간이
가끔은 이상하게 낯설고,
어쩐지 조금 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낮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내 곁에 머문다.
햇살, 사람, 말, 움직임, 웃음 같은 것들.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는 밤의 방 안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나와 단둘이 마주 앉게 된다.
⸻
나는 오늘도 잘 살아냈을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또, 스스로에게 너무 모진 말을 하진 않았을까.
작은 방 안, 조용한 침묵 속에서
그런 생각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예전 같으면 그 물음들에
서둘러 답을 찾으려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꼭 답을 내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안다.
⸻
이불을 당기며 몸을 더 깊숙이 묻었다.
불빛은 여전히 흔들렸고,
나는 그 불안정한 온기 속에서
조금은 다정한 마음을 꺼내보았다.
‘오늘도 혼자였지만,
그 혼자라는 사실에 슬퍼하지 않았다.’
‘왠지 마음이 무거운 날이었지만,
그 무게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
‘나는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적지 않아도,
이런 감정들이 오늘의 나를 구성하고 있었다.
⸻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대신,
조용히 나 자신에게 기댔다.
이런 밤이 있다는 건,
이런 밤을 지나고 있다는 건
어쩌면 내가 조금씩
나를 끌어안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별빛이 보이지 않는 밤이지만,
내 안에 아주 작은 불빛 하나는 살아 있었다.
그건 충분히,
나를 따뜻하게 지켜주는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