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4-1
꿈속에서 오래 전의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없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는 천천히 돌아서 사라졌다.
익숙하고도 낯선 뒷모습이었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끝내 알지 못했다.
⸻
나는 조용히 이불을 젖혔다.
책상 위에는 어제 벗어두었던 셔츠 하나.
그 옆에 실 한 가닥이 풀려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손끝으로 살짝 들어보니, 실의 한쪽이 또렷하게 끊겨 있었다.
아주 사소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시선이 거기 머물렀다.
손끝에 걸려 있는 그 가느다란 실 한 가닥.
마치 어떤 관계의 끝처럼, 어떤 감정의 마무리처럼.
⸻
이따금 이런 날이 있다.
누군가의 이름이 무의식 속에서 떠올라,
그 사람이 한때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문득 되짚게 되는 날.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줄 알았던 마음들이
어느 날 아침엔 선명하게 다시 나타난다.
그건 여전히 그 감정을 완전히 놓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오래 쥐고 있어서
이제야 겨우 놓아보려는 몸부림일까.
예전의 나는 그 끊어진 실을 다시 잇고 싶어 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다시 묶어서, 이어 붙이고,
처음과 같진 않더라도 ‘무언가’는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다시 잇는다고 해서
그 실이 원래의 그것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엮이는 것에는 또 다른 형태의 불완전함이 있다.
⸻
나는 풀린 실을 조용히 손에서 내려놓았다.
다시 묶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무언가를 꼭 잇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은 조금 멀어져도 괜찮다고
조용히 스스로 되뇌었다.
이름을 불러보지 않아도,
그가 내 안에 잠시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관계는 충분히 의미 있다.
끝이 뚜렷하다는 건,
그만큼 오래 붙잡고 있었단 증거일지도 모른다.
⸻
아침 햇살이 얇게 들이쳤다.
빛이 창틈으로 번지며 책상 위의 실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놓는다는 건,
다시 억지로 잇지 않기로 마음먹는 일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