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 4-3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나는 항상 무심히 걷기만 했다.
별다를 것 없는 골목,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온 작은 화분 하나가 있었다.
그 안에는 누군가 심어놓은 듯한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있었다.
피지 못한 채 마른 모습으로,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또 어느 날,
나는 걸음을 멈췄다.
왜인지 모르게,
그 꽃에서 오래 전의 한 마음이 떠올랐다.
⸻
누군가를 마음에 품었던,
그저 바라보기만 했고,
끝내 말하지 못했다.
조금씩 멀어졌고,
결국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긴 시간 동안
그 마음을 스스로도 무효처럼 여겼다.
말하지 못했으니,
전해지지 않았으니,
아무 의미도 없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모든 마음이
결과로 증명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걸.
⸻
누군가를 좋아했던 그 시간,
그 마음이 나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그 시절의 나는 얼마나 조용히 용감했는지,
이제는 조금씩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 완성되지 않아도,
그 감정은 틀리지 않았다.
놓는다는 건,
무효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꽃은 피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햇살이 고요히 내려앉은 오후,
나는 다시 그 길을 지났다.
화분 속 말라 있는 꽃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 이름조차 부르지 못했던 누군가를
한 번 더, 조용히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