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를 고통이 아닌, 나로 채워가는 일.

저녁 / 4-4

by 지안

오늘은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았다.

늘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대에 찾는 곳.

그래서 늘 비어 있는 자리.


그런데도 이상하게,

오늘따라 그 빈자리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마주 앉은 아무도 없음이 아니라,

그 자리에 머물렀던 내 ‘기대’가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나는

‘함께’라는 말을 너무 쉽게 떠올리곤 했다.

익숙하게 기대고,

서로의 자리를 나누는 게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습관이 되고,

습관은 언젠가 의지가 되지 않아도 계속된다.

그렇게 이어진 관계는,

때때로 마음이 아닌 관성으로 움직인다.



지금 나는 혼자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혼자라는 사실보다도

누군가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자리를 내 안에서

조용히 정리해 냈다는 것.



사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 말, 눈빛,

모두가 기억의 어떤 조각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서 살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조각을 붙잡지 않고도

나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비워진 자리가 곧

내가 다시 채워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는 걸.



창밖으로 저녁빛이 스며들고,

따뜻한 머그잔이 손끝에 닿는다.


나는 생각했다.

진짜 용기란,

그 사람이 사라진 풍경 안에서도

스스로의 자리를 찾는 마음이다.


그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다시 앉히는 일.


그리고 아주 천천히,

이 자리를

‘그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나의 자리’로 바꿔가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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