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소풍 길을 나서는 설렘.
실내화 가방을 사정없이 흔들며 골목길을 누비며
등교 길을 나서는 설렘.
내일은 어떤 일이 있을까를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 느껴보는 설렘.
인생의 한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단순하지만 찬란한 이 설렘이 점점 사라진다.
아니, 사라졌다.
새로운 것 없이 비슷한 일상을 보내도,
매일 보는 친구, 매일 하는 놀이면 충분했던
설렘으로 가득한 봄날이 아득해졌다.
행복, 기쁨, 단순한 즐거움을 찾기 어려워진 요즘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일상은 점차 지루해진다.
일상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대부분의 것에 무감각해진다.
지금의 일상은 그저 짧은 휴가를 얻기 위해
희생되어야만 하는 무엇에 지나지 않아 졌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행복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종종 굶주린 산짐승처럼 먹이를 찾듯
이곳저곳, 이것저것 들쑤시며
종종 행복을 찾아 나선다.
가끔씩 운 좋게 행복을 쟁취하기도 하지만,
길을 잃기도, 무언가 잘못 주워 먹어 탈이 나기도 한다.
행복은 그런 식으로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만 그런다.
정신을 차리고,
어린 날을 다시 떠올리며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그때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고,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행복했다.
맞다.
행복은 의도를 가지고 찾을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과 같은 것이 아니다.
행복은 치밀한 수색꾼보다
자유로운 여행가에게 더 관대하다.
누구든 한 번쯤은 느껴봤을 순간의 평온.
아무런 목적 없이 유랑하는 여행가의 마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아무 판단 없이
그저 모든 것을 바라본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