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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May 16. 2023

괜찮을 거란 착각

여름에도 눈이 내릴 수 있다.

며칠 전, 7월 내내 비가 내린다는 기상 예보 기사들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 기상 기술로는 최대 2주까지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예측이라고 한다. 입하가 지난 지 10일째 되는 오늘, 전국적으로 30도가 넘는 기온으로 이른 더위를 맞이할 것을 예보했다. 폭염이 오던, 예보에 따라 7월 내내 비가 내리던 좋지 않은 상황은 매한가지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이번 여름이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WMO 사무총장은 엘리뇨의 발달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급등할 수 있다며 최고 기온 기록을 갱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솔직히 아직도 엘리뇨와 라니냐가 헷갈려서 엘리뇨를 검색해 봤다. 엘리뇨는 편동풍(동에서 서로 부는 바람)이 약해져서 서태평양 이동 해수가 느려지고, 동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서태평양으로 밀려든다. 이로 인해 중앙, 동태평양 부근에 상승기류가 형성되고, 동태평양 지역(미국, 칠레, 캐나다, 하와이 등)에는 대류성 강수, 장마가 생긴다. 역으로 서태평양 지역(대한민국, 중국, 대만,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들게 된다. 라니냐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다.



지난 4월 초, 그리고 이번 달 초, 이탈리아 환경 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마지막 세대)가 로마, 스페인의 유명 분수에서 온실가스의 원인인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와 보조금 지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기후 위기의 적절한 대응과 심각성을 알리는 먹물 테러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둘로 갈린다. ‘과격하다’와 ‘그렇지 않다’이다.


여러 언론에서 봄이 지나고 더위가 찾아올 무렵부터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기후위기에 관련된 단어를 써가며 이번 여름 역시 여러모로 만만치 않을 것을 경고했다. 또 위와 같은 기후 위기 시위 현황 기사와 보도를 내보낸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생각해 보면 섬뜩할 만한 뉴스가 나오고 있음에도 주변 반응은 미지근하다. 매년 최악의 여름이 될 거라는 예보에 익숙해진 탓에 민감도가 낮아진 탓일까. 시원한 에어컨 같이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알 수 없지만, 지독히 덥고, 비가 많이 내릴 수 있다는 예보에 휴가는 어쩌지 같은 가벼운 짜증 정도의 반응을 보일 뿐이다.


어찌 보면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아는 것 같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 지구는, 수많은 과학자와 환경 운동가, 언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우리가 처한 상황을 경고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당장 우리에게 여전히 사계절이 찾아오니까. 봄이 되면 벚꽃이 피어 우리를 설레게 하고, 여름이 되면 연녹색의 풀잎과 장미가 피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물들고, 겨울이 되면 하얀 눈과 어느 때보다 찬란한 조명들이 거리를 비추니까.


또 당장 먹고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아내야 한다는 이유로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력하게 흘려보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시민에게 큰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 거창한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투쟁과 단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의 작은 습관만으로도 충분하다. 과소비,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당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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