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하는 말
7시 퇴근을 하고 친정에 들러 아이를 픽업하면서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물어본다.
엄청나게 발전한 현대사회 덕분에 키즈노트라는 신문물로 오늘 하루 어린이집에서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 심지어 배변 여부까지 알 수 있지만 요즘 말을 곧잘 하는 다섯 살 아들과 조잘조잘 떠드는 게 즐거워 더욱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찌니야, 오늘 하루는 어땠어?"
"재밌었고~ 엄마! 지진이 나면 얼른 대피해야 돼!"
까먹을라 배운 걸 기억해 내자마자 얼른 엄마에게 가르쳐주는 귀여운 자식.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은 친구 누구랑 놀았어? ㅇㅇ랑 또 놀았어?"
"ㅇㅇ가 오늘은 다른 친구랑 놀아서 나 혼자 놀았지 뭐~"
'뭐? 혼자 놀았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혹시 아이가 외롭지는 않았을까.. 속상해서 울지는 않았을까..
12월 이사를 하고 친구마저 새롭게 사귀어야 했던 우리 아이가 같은 반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일주일 방학이 길었던 걸까..
친구들과의 사이가 다시 어색해진 건 아닐지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말을 이어가는 아이.
"나는 혼자 자석 블록하고 놀았어. 그러다가 다른 친구가 와서 말 걸었는데 내가 좀 쑥스러웠어."
그리고선 문득 스쳐 지나가는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
"찌니는 혼자서도 잘 놀아요. 친구들이랑 같이 놀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요즘 말로 E와 I를 두루 갖춘 아이. 가끔 키즈노트를 보다 보면 하루는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고, 또 어떤 날은 혼자 앉아서 자기만의 놀이를 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온다. 그때 나는 그저 혼자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는 혼자서도 잘 놀고,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잘하는 걱정할 필요 없는 아이였다.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가끔 모성애가 과하게 작용하면 괜한 걱정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디까지 우리 아이의 생활에 관여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이제 우리 아이도 감정을 표현하고 말로 할 수 있는 다섯 살이 되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엄마에게 말하겠지.. 그전까지 너무 모든 걸 대신 해결해주려고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아이에게 말했다.
혼자 놀아도 괜찮다고, 그러다 다시 함께 놀고 싶을 때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알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