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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em Jan 31. 2021

아름다워야 하지 않아 아름답다.

존재자체로

“아름다워 지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적어도 나에게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나에게 꽃은, 그 명제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 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너도 그래.”


 친구가 그림을 직접 그려 선물해 주며 나에게 해 준 말이다. 이날 친구와 술을 마시며 내 삶을 통틀어 가장 많이 울고, 가장 많이 웃고, 가장 많이 취했다. 눈물을 흘린 만큼 가벼워졌고, 웃은 만큼 나다워졌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고 너무 감사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삶의 모든 순간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나는 이날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다시 생각났다. 그리고 나의 한 꺼풀이 죽었다. 한 없이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한 내 모습이. 그 안에는 그저 나 인 것만으로도 충분한 내가 있었다.


 삶은 실체가 아닌 해석이다. 멋있는 것도, 예쁜 것도, 못난 것도 모두 자신만의 해석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은 객관적인 실체가 아닌, 우리의 감각계가 인지한 것들에 대한 뇌의 해석을 보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휘황찬란한 금은보화가 아름다울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길에 핀 야생화 한 송이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 그러니 삶 속에서 우리를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고 해석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우리는 이미 행복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한 명이 삶에 함께 존재한다면, 그 삶은 성공한 삶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한 명 정도에게는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다. 아니, 최소한 그 한 사람에게는 되어 주려고 노력해야야 하지 않을까.



 꽃들은 영양분이 풍부하다면 자연스레 발아한다. 그것 자체로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존재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원료로 한 사랑을 충분히 준다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답게’ 발아할 것이다.


세상에서 '그 사람'의 유일한 모습으로.
 
 확실한 것 하나 없고 미래에 대한 각자의 불안이 가득한 세상에서, 또렷하고 확실하게 존재하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한 층 더 풍요로워 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그 사람이 나로 인해 자유롭고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참 ‘가치 있는 삶’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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