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우리는 옛날부터 월드몰 내부에 커넥트투 라는 카페를 자주 방문하곤 했다. 똥강이 추천해 준 곳으로 그녀가 선호하는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분위기였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 똥강과 멀어지고 난 후, 혹시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혼자서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똥강과 방문하니 이제야 진짜로 똥강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커넥트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똥강과 멀어진 기간 동안 있었던 일은 독서모임에 나갔고, 친구들을 만들었고, 커뮤니티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똥강은 주로 직장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똥강은 열심히 살았고, 나는 즐겁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리를 이동해 밥을 먹고, 와인도 한잔 마시며 오래간만에 만난 친한 친구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옛날에 우리에게 있었던 일, 함께 했던 대화들을 떠올리며 한 바탕 웃기도 하고, 그때 연락하던 사람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전과는 많이 달라진 둘이었지만, 그렇기에 이야기는 더 많았다. 익숙한 듯 어색하지만 꽤나 즐거운 시간, 변한 우리의 첫 만남은 긴장감과 편안함이 줄다리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똥강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때 우리가 연애를 하지 않고 멀어진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그때 우리가 연애를 했더라면 지금쯤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우리 관계는 완전히 박살나 있지 않았을까. 그때의 나는 많이 아팠지만, 똥강이 나에게 자신의 아픔을 고백했을 때 나는 똥강을 더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나도 조금은 누군가의 아픔을 돌아볼 여유가, 타인을 이해하고 묻고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까. 앞으로 얼마나 만나게 될 지 몰라도 그 기간동안 똥강을 조금이나마 치유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이 변해 간다는건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은 변하는 걸까. 당신이 10년 동안 자고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10년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까? 아마 당신의 삶에 있어 10년이란 시간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사람이 변하는데 중요한 것은 물리적 시간이 아닐 것이다. 시간 속 사건들이 차곡차곡 중첩되어 발생할 것이다.
나에게 3년 전 똥강과의 사건은 내 삶에서 지워지지 않을 굵직한 사건으로 남았고, 그 사건은 나도 모르게 나를 변화시켰으니까. 이제는 내가 똥강에게 그런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연인이 될 수도, 친구로 남을 수도, 아니면 서로에게 궁금한 게 없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똥강이 나를 만나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잘 듣고 잘 물어주는, 그래서 스스로의 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만남이 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