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또 다른 수련.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워 수확하고, 먹는 것
다들 의외라는 반응이다. 나는 올해 딱 서른 살.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IT회사에 근무한다. 친구들과 카페를 돌아다니고, 외모 치장도 좋아해서 화장품도 옷도 많다. 그리고 요즘 내 별명은 '농부'이다.
작은 텃밭이지만 농사? 나와는 안 어울려 보이는 게 맞다. 힘들고, 어찌 보면 지저분하고, 마트에서 사 먹어도 충분한 1인 가구 직장인이 왜? 심지어 내 외모는 일부러 웃지 않으면 첫인상에서 절대로 '따뜻함', '푸근함'이 떠오르는 얼굴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친해져서 하는 얘기지만. 처음에는 새침하고 싹수없어 보였다.' 혹은 '너무 무표정이어서 무서웠다.', '전형적인 서울 사람.' 등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제 겨우 30살인데, 미혼이라 아이에게 교육상 자연을 느끼게 해주려고 하는 일도 아니다. 확실히 내가 텃밭에서 호미질하는 모습이 생뚱맞아 보였을 것이다. 농장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갑자기?', '그걸 왜?'였다.
하지만 누구나 타인은 잘 알지 못하는 취향이나, 모습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이 나에게도 있다고 하면 그중 하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은 것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내가 인생영화로 꼽은 영화 중에서도 제일로 뽑는 영화고, 과장 없이 서른몇 번쯤은 본 것 같다. 영상미나 내용도 좋지만 나에게 가장 와 닿은 부분은 작물을 심고 길러내며 그 안에서 뿌리내리고 함께 자라는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어릴 적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었다. 엄마는 마당에 큰 화분들을 가져다 두고 상추며 딸기 방울토마토 등을 키우며 나에게 작고 귀여운 열매를 키워내는 재미를 알려주셨다. 또 한 번은 친구분들과 함께 주말농장을 가꾸시며 우리를 데려가 밭에서 딴 상추에 삼겹살 파티를 열어주시고는 했으니, 나에게는 굉장히 인상 깊은 어린날의 추억들이었다.
나이 이제 갓 서른. 겨우 30년을 살았지만 나이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괜히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내 성찰의 결과는 단순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이나 맞는 길 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마음이 가는 것들로 내 인생을 채우자.'였다. 그 첫 번째가 나의 추억이 떠오르고 한 번쯤은 꿈꾸었던 주말농장 시작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