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세요!” “땔감으로도 좋은.......”
2021년 12월 내가 직접 쓰고, 그린 나의 첫 독립출판 ‘비가 오는 날에’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제 새해가 밝아 2023년이 되었으니, 내 책도 이제 꽤 나이를 먹은 셈이다.
사실 책이 만들어진 이후, 나는 책을 크게 홍보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책이 만들어진 이유에 있었다. 처음 독립출판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바로 나의 오랜 구독자 때문인데,
나는 인터넷이 친숙하지 않을 수 있는 그분에게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줄만 알았지, 출판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고 더군다나
책을 편집하기 위해 필요한 ‘인디자인‘과, ‘포토샵’은 한 번도 다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책을 만들기로 결심한 그날부터 밀리의 서재를 결제해서 독립출판에 관한 책을 모두 읽기 시작했고,
유튜브를 통해 편집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워나갔다.
처음에는 내가 만든 것을 그저 정리만 해서 인쇄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알면 알 수록,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고통의 시간은 쌓여갔고,
실수로 가득 채워진 가제본 또한 쌓여갔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한 권의 책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나는 나의 첫 책을 구독자분에게 잘 전달했고, 이로써 이 책은 만들어지게 된 최초의 목적을 모두 이룬 셈이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상하게도 책을 만든 이후부터는 그렇게 자주 가던 서점도 좀처럼 발길이 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화려한 조명 속에서 따듯한 손길을 받고 있는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캄캄한 박스 속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을 내 책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수많은 책들을 바라볼 때면, 나는 내 책들이 뭔가 가엽게 느껴졌다.
녀석은 주인을 잘못 만나,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책의 기본권인 ‘읽힐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었다.
하루는 큰 생각 없이,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북마켓에 구경을 갔다.
독립출판을 낸 다양한 작가분들이 자신이 애써 만든 소중한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책을 구경하다가, 작가 한 분과 꽤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켓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의 판매 유무를 떠나서,
내 책도 누군가에게 읽힐 기회를 주고 싶다.”
내가 이 녀석을 위해 단 한 번이라도 애쓴 적이 있었던가? 주인이라는 녀석이 열심히 만들기만 했지.
언제 한 번이라도 이 녀석과 함께 따스한 햇볕을 맞이한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나는 움틀대는 마음을 꽉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22년 10월 첫 마켓에 출전했다. 시민분들에게 내가 만든 책을 처음 선보였다.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매번 끼니도 거른 채 3일을 버텨냈다. 3일 동안 몸은 힘들었으나,
마음은 아주 평온했다. 책이 얼마나 팔렸느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마켓에 참여한 3일은 내게 있어 내 책이 비로소 기본권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2022년 12월 23,24,25일 목동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하는 마켓에 참여를 했다.
그날도 너무 무리를 한 탓에 디스크가 조금 삐져나와서 어제는 물리치료를 받고, 신경주사도 맞았다.
나는 내가 유별나게 예민해서 끼니도 거른 채, 이렇게 오버를 하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곳에 참여한 모든 작가분들이 끼니를 굶어가며 자신들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어쩌면 이것이 유별난 것이 아니라,
간절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오늘의 늦은 새벽,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홍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의 끝자락에서는 나도 조금은 더 내 책을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펜슬을 들고 끄적여 만든 것이 바로, “책냥팔이 소년”.
“책 사세요!”
“따끈 따끈한 책 사세요!”
“땔감으로도 좋은.......”
이러한 이유로, 오늘은
책을 홍보하는 그림을 한 번 그려봤습니다.^-^
https://naver.me/5pEDKzH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