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의 세상 속에도
가끔씩은 색을 가진 것들이 등장한다.
‘색’이라는 것은 빛이 물체에 닿아 흡수되지 못하고
반사된 것을 의미하는데,
그러고 보면, 사실 우리는 우리가 흡수한 것이 아닌,
반사한 것을 통해서 ‘나’로 규정되고 있다.
내가 흡수하고 받아들인 것이 아닌,
내가 뱉어내고, 밀어낸 것이 곧 내가 되는 것이다.
무채색의 세상은
극과 극의 세상이다.
모든 것을 흡수하고,
모든 것을 뱉어내는
완벽함 보다는
선택적 거부, 그것이 곧 ‘색’이 되니,
무채색의 세상 속에서 ‘색’을 띄기 위해서는
너무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포용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