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에필로그 - 슬렁슬렁, 다시 삶의 리듬으로
나는 이제 왓 푸민의 묵직한 목조 문을 열고 다시 빛이 쏟아지는 광장으로 나선다. 내 등 뒤에는 여전히 사원을 떠받치는 거대한 나가가 있고, 그 안에는 150여년 전의 슬픔과 기쁨이 아니 어쩌면 그저 살아가는 일상이 붉은 흙의 색채로 숨 쉬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매번 태국이냐고, 왜 갔던 곳을 또 가느냐고.
나에게 태국은, 그리고 난은 강렬한 태양 에너지를 얻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4, 5개월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마음의 줄을 잠시 늦추러 오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슬렁슬렁, 흔들흔들, 나른나른’한 나만의 리듬을 되찾는다.
때로는 하루에 2만 보를 걷기도 하지만 그것은 목적지를 향한 고단한 행군이 아니다.
그저 그곳의 공기와 풍경, 사람들의 웃음소리 속에 나를 섞어두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같이 흘러가는 일이다.
눈길로 대화하던 ‘뿌만 야만’의 연인들처럼, 나 또한 이 도시의 풍경들과 눈을 맞추며 말 없는 위로를 받는다.
나는 이곳에서 얻은 이 나른하고도 단단한 에너지로 다시 한국에서의 삶을 살아낼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숨이 차오를 때쯤, 나는 다시 난의 강변을 슬렁슬렁 걷고 있을 것이다.
150여년 전의 벽화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듯, 나를 기다려주는 그 고즈넉한 리듬 속으로 말이다.
붓 끝에서 깨어난 19세기의 기억은, 그렇게 나의 오늘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벽화에 남겨진 사랑의 시를 남기면서 글을 맺을까 한다.
“너의 사랑을
물에 맡겨 두자니 차가울까 두렵고
허공과 하늘에 두자니
구름과 안개가 덮어 버릴까 염려되네.
왕궁에 간직하자니
누군가 발견해 빼앗아 갈까 걱정되어
결국 내 가슴, 내 마음속에 품어 두려 하네.
그 사랑이 울고, 떨며, 너를 그리도록
내가 잠들어 있든
놀라 깨어 있든
언제나 그리움으로 남게 하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