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한여름 밤. 국제 음악의 날을 맞아 도시의 수호성 성블라호 성당 앞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간소하게 꾸려진 현악 단원들과 일렉기타, 건반, 드럼.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니 그들의 연주가 찌를듯한 한 여름의 더위를 말끔히 씻겨준다. 어쩔 땐 서정적인 선율로, 또 어쩔 땐 리듬을 타게 만드는 비트로. 멜로디가 밤바람을 타고 치맛자락을 간지럽힌다.
반면 자그레브에서의 밤은 뜨거웠다. 곧 있을 유로 2024 크로아티아전 경기를 위해 광장은 이미 달아올랐고, 빨간 체크무늬 유니폼을 입을 사람들은 꼭 그들의 국기처럼 상기된 얼굴이다. 야외에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는 하나의 펍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미 맨 앞줄은 중년의 로컬 아저씨들로 이미 만석이다.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이 도시의 밤은 함성과 열기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떤 이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어떤 이들은 펍에서 2024 유로 경기를, 또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올드타운의 성벽에 기대어. 그렇게 각자의 여행을, 크로아티아의 한여름 밤을 보낸다.
시티뷰를 볼 수 있다는 테라스가 있다는 숙소를 예약했다. 다만 그 전망 갖기 위해선 집이 그만큼 높은 지대에 있을 것이라는 걸 간과했다는 게 오만이다. 굽이굽이. 중세식 돌계단을 몇 칸이나 올랐는지 모르겠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계단 뷰에, 목덜미를 찌르는 자외선. 좁은 골목길에 GPS가 방향을 잡지 못해 헤맸다 다른 골목으로 와버렸다.
그러다 발견한, 겨우 두 계단을 위한 손잡이. 오히려 설치비용이 더 많이 들었을 거 같은 이 손잡이를 두 걸음을 위해 잡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비용과 편익을 고려했을 때 경제학적 선택으로부터 매우 실패다. 기회비용이 이렇게나 큰 선택은 어느 시각으로나 효율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골목에 유동인구가 고작 얼마나 있다고.
그럼에도 이는, 두 걸음조차도 손잡이 없이는 어려운 누군가를 위함이다. 겨우 두 걸음이 아닌, 상대적으로 버겁게 느껴질 누군가의 두 걸음을, 마땅히 의지하게 하고자 하는 손잡이이다. 상당히 유럽적이다. 유럽의 비효율성과 소수에 대한 배려가 잘 묻어난다. 최대의 효율, 최소의 비용. 인간의 삶은 경제학적 원칙에 벗어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