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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우나고우나 Jul 15. 2024

한 여름밤 당신의 여행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한여름 밤. 국제 음악의 날을 맞아 도시의 수호성 성블라호 성당 앞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간소하게 꾸려진 현악 단원들과 일렉기타, 건반, 드럼.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니 그들의 연주가 찌를듯한 한 여름의 더위를 말끔히 씻겨준다. 어쩔 땐 서정적인 선율로, 또 어쩔 땐 리듬을 타게 만드는 비트로. 멜로디가 밤바람을 타고 치맛자락을 간지럽힌다. 


 반면 자그레브에서의 밤은 뜨거웠다. 곧 있을 유로 2024 크로아티아전 경기를 위해 광장은 이미 달아올랐고, 빨간 체크무늬 유니폼을 입을 사람들은 꼭 그들의 국기처럼 상기된 얼굴이다. 야외에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는 하나의 펍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미 맨 앞줄은 중년의 로컬 아저씨들로 이미 만석이다.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이 도시의 밤은 함성과 열기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떤 이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어떤 이들은 펍에서 2024 유로 경기를, 또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올드타운의 성벽에 기대어. 그렇게 각자의 여행을, 크로아티아의 한여름 밤을 보낸다.



반 옐라치치 광장 (Ban Josip Jelačić Square)
성 블라호 성당 (St Blaise's Church)

 시티뷰를 볼 수 있다는 테라스가 있다는 숙소를 예약했다. 다만 그 전망 갖기 위해선 집이 그만큼 높은 지대에 있을 것이라는 걸 간과했다는 게 오만이다. 굽이굽이. 중세식 돌계단을 몇 칸이나 올랐는지 모르겠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계단 뷰에, 목덜미를 찌르는 자외선. 좁은 골목길에 GPS가 방향을 잡지 못해 헤맸다 다른 골목으로 와버렸다.


 그러다 발견한, 겨우 두 계단을 위한 손잡이. 오히려 설치비용이 더 많이 들었을 거 같은 이 손잡이를 두 걸음을 위해 잡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비용과 편익을 고려했을 때 경제학적 선택으로부터 매우 실패다. 기회비용이 이렇게나 큰 선택은 어느 시각으로나 효율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골목에 유동인구가 고작 얼마나 있다고.


 그럼에도 이는, 두 걸음조차도 손잡이 없이는 어려운 누군가를 위함이다. 겨우 두 걸음이 아닌, 상대적으로 버겁게 느껴질 누군가의 두 걸음을, 마땅히 의지하게 하고자 하는 손잡이이다. 상당히 유럽적이다. 유럽의 비효율성과 소수에 대한 배려가 잘 묻어난다. 최대의 효율, 최소의 비용. 인간의 삶은 경제학적 원칙에 벗어나는 걸까.



술릭비치 (Beach Šulić)와 누군가의 두걸음을 위한 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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