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3월 29일-나로 살기 89일째


5년 전, 개인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받다가 허리를 다친 적이 있다. 요방형근이라나... 통증이 너무 심해서 2주 정도 병원 입원치료를 요했다. 트레이너 센터에서도 센터 환자들이 다치면 보상해주는 보험이 있다고는 했지만, 트레이너와의 관계도 망치고 싶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보험을 들어둔 게 있고 그 비용이 더 잘 나와서 센터에서 해주는 보험비를 청구하지 않았다.


일은 직장에서 불거졌다. 당시 직장 상사분은 직원의 사적인 부분은 터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는 했다. 2주 정도 입원하기에는 직장에 눈치가 보이고 내 담당 업무도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4~5일 정도 입원해있다가 직장으로 복귀했다. 문제는 직장 상사분이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너무 직장에 나몰라라하고 쉬어서 화가 나신 건가. 아무래도 뭔가 일이 있다 싶어서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내게 화면을 보여줬다.


그건 내 카톡에 상태 메세지를 써놓은 것을 보고 하는 말이였다.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 당시. 이 말은 CF에서 나왔고, 유머처럼 받아들여지던 말이였다. 그러나 TV를 전혀 보지 않는 직장 상사의 입장에서는 직장 사람들이 날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며 병원에서 쉬고 있느냐는 것이였다. 헐...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면서... 내가 CF를 보고 따라 쓴 것을 보고 이렇게 불같이 화낼일인가. 개개인의 입장차이가 있으니까 내 글을 보고 충분히 오해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는 사과를 했다. 변명 따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 모든 직장사람들과 연결된 SNS를 정지하고 새 계정을 만들어 아무도 알지 못하게 했다.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직장상사는 어쩌면 지나치게 남의 사생활에 촉을 곤두세우고 혼자 이러쿵 저러쿵 삶의 그림을 그려놓은 사람일수도 있다. 오늘 책을 보다가 그 추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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