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로 배운 화장법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3월 28일-나로 살기 88일째


36년 살면서 스킨, 로션을 3개월 이상 꾸준히 바른 적이 없다. 가히 충격적인가. 농담 같겠지만 농담 같은 진심이다. 어렸을때는 기억이 잘 안 나서 모르겠고, 중고등학교 때는 스킨만 어쩌다가 한번씩 발랐던 것 같다. 피부가 당기거나, 건조하다는 느낌도 없고 어렸을 적이라 늘 발라야 한다는 습관이 길들여지지 않았다. 2살 때 우리집은 이혼했고, 나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누가 나서서 피부 관리를 해준 사람은 없었다.


대학교 들어와서 꾸미는데 급격히 관심이 생겼다. 대학교 입학해서 처음 기숙사 생활을 했다. 같은 방 사는 룸메이트가 샤워를 마치고 나서 온 몸에 무엇인가 바르는 거 보고 놀랐다. 피부가 안 좋아서 연고를 바르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게 바디로션이라는 것을. 화장하는 법을 눈치보며 살펴보고는 했다. 그리고 화장대를 구경하며 각각의 용도가 무엇인지 하나씩 익혀갔다. 처음 내게 화장을 알려준 사람은 화장품 가게 직원이였다. 무작정 저렴한 화장품 가게에 가서 화장을 하고 싶은데 1도 모른다고 말했다. 직원분들은 대어를 낚은 듯 신나게 설명하며 이것저것 바구니에 담았고,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하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룸메이트에게 화장품 재료들을 사왔다며 보여주고 그 친구가 하는 법대로 화장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피부가 따끔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화장도 뜨고 무언가가 불편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피부에 따라 맞는 화장품을 고르는 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화장품, 똑같은 화장법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에 한번 더 놀랐다. 무조건 저렴한 화장품을 고르는 과정을 지나고 내 얼굴에 맞는 스킨, 로션을 찾아 헤맸다. 평상시에는 스킨, 로션을 바르지 않았다. 화장할때만 그것이 기초케어이니까 바르는 거라고 해서 발랐다. 그렇게 대학교 시절이 지나갔다.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화장도 맞지 않아서 피부 트러블이 생기고 그러면서도 또 덕지덕지 화장을 했다.

20대 중반 친한 친구와 3년 정도 자취를 하게 되었다. 이 친구는 2년제 대학을 마치고 나보다 빨리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화장에 대해서도 세련된 지식과 하는 방법이 달라보였다. 또 그 친구의 화장법을 살펴보았다. 이 친구는 자기에게 맞는 화장품을 잘 골랐다. 친구에게 상담을 하며 나 또한 다시 화장품들을 잔뜩 구입했다. 그전보다 달라진 것 같은 기분에 매우 흡족했다. 그러나 또다시 피부가 따가웠고, 화장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다.

28살, 3년 같이 자취를 하던 친구와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내가 10분도 되지 않아서 화장을 마치는 것을 보고 친구는 화장법을 다르게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지우고 친구가 알려주는대로 다시 화장을 했다. ‘이 가벼움은 뭐지?’


그 후로 나에게 맞는 화장법을 찾았다. 처음부터 내게 엄마라는 존재가 있었다면 내 피부에 신경써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지금 쓴 일련의 과정들은 생략 가능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에게 화장법을 가르쳐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엄마 없이 자란 티 날까봐. 다른 집안은 다들 엄마에게서 배웠을텐데... 난 그러지 못하니까. 그래서 남모르게 마음 아팠던 부분이다.


30대 중반. 이제는 화장을 잘 하지 않는다. 화장을 하고 나갈데도 딱히 없을뿐더러 구태여 왜 화장을 해야 하나?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물론 주근깨가 많기 때문에 태양을 피하기 위해 썬크림과 같은 것은 바른다. 그리고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내면의 나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바뀌게 되었다. 거울을 들여다볼 때 내 모습에 책임지고 싶다. 그 책임이 비단 화장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기초케어 정도는 습관화 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화장품들은 뚜껑을 열지도 않은 채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거울을 보며 미소 짓는다. 화장해서 예뻐 보이는 얼굴이 아니라 자주 웃으며 즐거워하는 미소에 행복해하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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