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회, 아침 조회는 108배

by 양수리 감성돈

처음 입사한 곳이 불교법인이였다. 면접을 볼 때 두 분의 스님, 관장님과 사무국장님을 비롯한 몇 분이 계셨다.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어봐서 무교라고 답했다. 기관에 입사하면 아무래도 불교 법인이다보니 석가탄신일이나 연등 행사 때 불교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에 응하는가? 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에 응했고, 나는 기관에 첫 출근하게 되었다. 월요일 아침 8시 40분 정도에 전 직원 30~40명 정도 모여 아침 조회를 했다. 화요일도 그렇게 지나가고, 수요일 아침. 우리는 옆 건물로 이동해 작은 법당이 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직원들은 방석을 하나씩 깔고 앉아서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매주 수요일, 아침 조회는 108배로 대신 한다는 것이다.

엥? 뭐지? 108번 절을 하라고? 지금 여름인데? 에어컨도 안 켜두고 오로지 창문만 열어둔 채로 이 작은 법당 안에 전 직원, 그리고 옆 기관 직원 분들도 합쳐서 한 곳에서 108배를 하라는 것이였다. 누군가 한 분이 목탁을 쳤고, 그 소리에 맞춰서 모두들 절을 하기 시작했다. 신입 직원은 법당 앞 쪽에 자리가 배치되어 있었다. 눈치껏 소신껏 이런 것 없이 요령도 없이 전 직원이 보는 앞이니까 108번 쉼없이 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면접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108배 해야 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이걸 매주 해야하나... 앞이 깜깜했다. 108배를 마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나서 방석을 개고 법당을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직장 다니는 내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은 왔고, 수요일은 늘 찾아왔다. 수요일이 휴무인 날이 제일 행복했다. 108배를 안 해도 되니까. 전날 술이라도 많이 마시고 난 다음이면 한번 절 할때마다 구역질이 난다. 숙취가 몰려온다. 술이 깨기는 커녕, 도로 술이 취하는 기분이 올라온다.


1년 1개월 15일 근무를 했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가톨릭 법인이였다. 조심스레 종교행사를 하는지 물어봤다. 전체 아침 조회는 8시 40분, 찬송가를 2곡 부르고, 무슨 기도를 한 후 주요 일정을 공지하고 해산한다고 했다. 그리고 매달 한 번 강당에서 미사를 본다고 했다. 그래... 그 정도라면... 양반이다.

그렇게 말했던 나는 가톨릭 법인에 가서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예배 때 중창단 소프라노가 되어 찬송가를 불렀다. 아참! 난 무교다. 사회복지를 하며 종교를 떼어 놓고 직장을 찾는 것이란 힘들었다. 어쨌든...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신체적 수고로움을 강요하지 않는 직장. 난 그런 직장을 꿈의 직장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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