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다니는 사람이 업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by 양수리 감성돈

<이 내용은 제가 쓴 책 독립출판물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에서 가져왔습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열정을 다한 직장이 있다. 그곳에 직원복지도 좋았고 직원분들도 친절했다. 공황장애 2년 차까지 그 직장에 다녔다. 내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팀원들이 느꼈고, 걸음걸이도 내 인상도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회사 내에서도 알게 되었다. 공황장애가 내 몸을 잠식시키고 있었다. 공황장애로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는 것을 많은 직원이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주말 근무를 해서 평일에 하루 대체휴무를 받았다. 하필 대체휴무를 받아서 쉬게 된 날 우리 팀은 회의를 했는데, 어떤 분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정신과 다니는 사람이 업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나보고 하는 말이다. 같은 팀 직원이 내게 연락해서 팀 회의 때 있었던 말을 전해주었다. 집에서 쉬면서도 쉬는 기분이 아니었다. 같은 팀원이기 이전에 나도 한 사람인데 사람으로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날로부터 날 보고 숙덕거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모두 날 헐뜯는 것 같았다.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업무의 특성상 장애를 가진 청소년, 아동 부모님들과 프로그램 강사분들을 접하는 일이 많은데 내가 하는 게 옳지 않은 것 마냥 스스로도 불안하고 초조했다. 더는 업무를 하지 못할 만큼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사회는 정신과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많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마음의 병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없는 사람도 있나 보다. 주변에서 날 바라보는 눈총이 따갑게 느껴졌다. 내가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솔직히 직장 동료가 내게 ‘정신과 다니는 사람이 업무나 제대로 볼 수 있겠느냐’는 말을 했는데 그걸 어디 가서 풀어 놓느냐는 말이다. 또다시 내가 정신과 다니는 것을 오픈하는 일밖에 더 되겠냐, 아는 언니에게 이 얘기를 털어놓으니 인권위원회에 신고하라고 했다. 종사자로서 같은 종사자의 인권을 침해한 상황이라고 보았다. 나도 생각 안 해 본 게 아니다. 사회복지 계통 일을 하면서 내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데 누구의 인권을 위해서 일한다는 말이냐. 하지만 무서웠다. 내가 인권위원회 신고를 해서 직장 상황이 위태로워진다면 다들 날 보는 시선이 곱지 않겠지, 결국은 혼자 떠안아야 할 무게인 거지,

그 말을 듣고 불안이 더 심해져 공황장애약을 더 세게 지어 먹었다. 스트레스가 내 공황을 촉진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내가 너무 힘들어하고 약도 세게 지어먹고 내원해서 맨날 눈물만 흘리니까 퇴사할 것을 조심스레 권했다. 버텨봤자 득이 될 게 없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 더는 직장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면서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무슨 죄야? 난 그저 잘해보려고 정신과든 어디든 내가 필요한 과를 가서 진료받고 약을 쓴 건데 내가 피해준 것도 없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공황장애 있는 내가 죄지, 그렇게 난 퇴사했다.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한테 짐승 취급받느니 사람대우 받으며 사람다운 사람과 어울려 살고 싶었다. 퇴사하고 3개월도 되지 않아 새로운 직장을 다녔다. 그곳에서 내게 공황장애가 있음을 밝혔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새로운 직장 임원들이 나를 이해해주었다. 그래, 나는 이해받아 마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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