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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Aug 11. 2020

<어쩌다 정신과 의사> 조금 다른 시선의 이야기

정신과 관련 책, 심리와 관련된 책들을 자주 보는 편이다. 나에게 어떤 정서적 위안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정신과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문턱을 낮출 수 있을까. 그런 비법들이나 내용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정신질환이나 불안과 관련하여 완치되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 몸소 느끼고 있는 바가 크다.     


이번 책도 기대감 반, 또 그런 얘기들을 말하는 거 겠지, 뻔한 느낌 반 가지고 봤다. 보는 내내 색다른 감정을 가졌다. 그동안 심리적인 부분과 그와 관련된 환자 케이스를 살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면, 이 책은 정말로 정신과 의사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부분까지 오픈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개인의 감정을 솔직히 보여줬다. 그리고 여러번 책에 나온다. 정신과 문턱을 낮추고자 노력한다고. 너무 똑같은 얘기를 자주 반복한다는 생각에 심심할뻔한 책인데도, 여러번 강조해도 개인의 가치관과 의사로써의 소명감이 드러나 읽기 괜찮았다.     

책에 <뇌부자들>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정신과 의사선생님들이 많든 채널로 궁금한 점, 고민해봐야 할 점, 이슈에 맞게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뇌부자들>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이 채널 홍보하려고 책 쓴 건가... 싶었는데, 이 책은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의사분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보니 자주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105p.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자신의 약한 부분에 눈감지 않고 마주한 것.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대단히 강하고 용강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치료자를 찾은 당신은 애초에 강한 사람이었다. 약점과 아픔을 더 파고드는, 힘든 상담 과정을 거치며 더 강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준 상처가 당장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당신은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에 동행하는 것이 나여서 고맙다.     


정신과를 찾는게 나약해서 찾는게 아니라는 것. 어쩌면 용기 있는 사람들의 용기있는 고백이라는 것. 그런 것을 보여준다. 내가 처음 정신과를 찾은 계기는 할머니께서 데려갔던 것이지만, 스스로의 약점을 깨닫고 정신과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은 저항감이 클 것 같다. 그런 분들이 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111p.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마음 깊은 곳에서 느끼고 직접 찾아온 환자들의 내면에는 이미 충분한 힘이 있었다. 씨앗이 싹을 피우고 자라나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적절한 토양과 햇볕만 있으면 씨앗 속에 내재된 힘에 의해 저절로 싹이 트고 자라나듯, 그들에게는 말할 공간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다.

    

언젠가 나도 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울지 말고 참으라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참지 않고 그 당시의 느낌을 터트렸다면, 내게 공황장애가 오지 않았을수도 있지 않을까. 그당시에는 내가 얘기했음에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지금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내 감정에 충실함을. 이제야 내 마음을 공개해도 됨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씨앗이 심어지고 자라나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나 또한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려하지 않고 내 행복안에서 사람을, 사람을 배워가고 싶다.    

 

140p.

“저에 대해서 뭘 아세요?”

오랜 기간 만나온 분이었기에, 그 분이 가지고 있는 인지 왜곡의 실체를 직설적으로 알려줄 때가 되었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그간 쌓은 신뢰가 이 정도의 직면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분명 그날의 대화는 이후에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직면하기. 직면하기 위해 도전하기까지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사쌤이 “저에 대해서 뭘 아세요?”라고 직설적으로 다가갔다면 내 안에 그 말을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존재한다고 본다.     


223p.

이 내담자는 심각한 불안의 근원을 부모에게서 찾는다. 불안 장애로 힘들어하는 내담자에게서는 과거 불안했던 가정환경이나 불안 수위가 높았던 부모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혼란스럽지만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바뀔 수 있다.     


‘또 부모님이다’라는 말이 꽤 신선했다. 정신과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탓하고, 부모를 탓한다. 물론 거기에서 원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이 말이 은근한 위안이 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 나만 한부모가 부재하고, 어려서부터 정신과를 다니며 우울에 허덕이며 살던 게 아니라는 생각. 모두 그럴 수 있고, 그러하고, 결국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감사일기와 관련된 부분이 좋았다. 나 또한 감사일기를 쓰는 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쓸때의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정말로 보는 시선이 바뀐다. 하루의 일상 중에 웃음이 나는 포인트가 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우울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 행복도 멀지 않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이 답이라고. 아직 사람으로 받은 내 상처도 아물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천천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것.     


개인적으로 정신과 관련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많이 웃고, 삼개월에 한 번 병원가서 흰색 가운을 입은 분을 찾아가도. 그 분도 물론 사람이라는 거. 그 점에 동감하고 웃게된다.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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