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3일(월)-퇴사 13일
장염과 감기몸살로 고생한 지 3일째. 독감이 유행한다길래 유행에 따르고자 감기몸살에 걸렸다. 지금까지 걸렸던 감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재채기를 끊임없이 하고, 콧물이 분수 쏟아지듯 흐른다. 열도 나고, 배가 땡기고, 두통에 시달렸다. 그래도 병원 약 먹으니까 잠잠해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바로 재채기를 심하게 하면 허리가 아플 수 있다는 것이다. 뒤쪽 허리가 땡기듯 아프고 장염까지 합쳐져 배도 층층이 땡겨져 왔다. 백수라서 딱히 어디 갈 곳은 없어서 안 씻어도 그만이지만, 머리가 유독 간지러웠다. 머리를 감으려고 욕실에서 구부리다가. 어머나... 이건 아니다 싶었다. 활시위가 땡땡하게 당겨진 듯 내 허리도 조금만 구부리면 튕겨져 나가버릴 것처럼 아팠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미용실이다.
동네 미용실에 갔다. 하도 간지러워서 두피를 긁어댔더니 비듬 투성이였다. 그런 상태에서 미용사에게 내 머리를 오픈한다는게 두려웠다. 그러나... 허리가 너무 아팠다.
“어서오세요”
“저... 머리 좀 감겨 주세요”
미용사 분은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재채기를 심하게 해서 허리통증 때문에 씻기가 힘들다고 했다. 미용사 분은 나같은 분들 더러 있다고 하시며 시원~하게 감겨 드릴테니까 누우라고 했다. 감동이다. 허리 아파서 머리 못 감고 미용실 찾아간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게 큰 위로가 되었다. 엄청 시원하게 감겨 주셨다. 머리를 감겨주시면서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단골이니까 이건 서비스예요, 돈 안 받아요”
뭐지? 내가 백수된 거 아시는건가? 내 주머니 사정을 아시는건가? 너무 감사했다. 머리도 무료로 감겨 주시는데 그냥 나오기 뭐해서 길던 머리카락을 잘랐다. 시원하게 감겨주시고 개운함을 선물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드라이기와 고데기로 머리를 이쁘게 말아주셨다. 어디를 다녀와야 하나... 나는 흥얼거리며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내 샴푸향이 느껴진거야~~~아~~~~” (효과음: 찰랑찰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