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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Dec 01. 2020

이슬아 에세이 <부지런한 사랑> 부지런한 글쓰기

이슬아 작가의 6번째 책이 발간되었다. 늘 이슬아 작가의 글들을 보며 느꼈던 것은 이 분 참 글 꾸준히 쓰는 게 느껴진다. 말투처럼 글투가 있듯이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꾸준히 나아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처음 <부지런한 사랑>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사랑‘에 취약한 내 입장에서 ’사랑‘과 관련된 글은 읽는게 부쩍 어렵다. 그러나 사랑이 글의 은유였음을. 알고 난 이후 나 또한 부지런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세 가지로 말하고 싶다. 다정하다. 작가로써 찔린다. 늘 이번 책이 제일 좋은 책이다.라고 말이다. 글쓰기 교사로써 아이들을 만나며 나누었던 다정함이 묻어났다. 글방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한 명 한 명 정성껏 편지를 쓴 것을 보고 나 또한 글방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 이런 작가님, 글쓰기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일기 숙제를 내면 담임 선생님이 읽고 공감가는 코멘트를 적어주는 것처럼. 그런 다정함을 느꼈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일기는 그저 일기이고, 비밀상자이고, 그냥 숙제로 다가올 수 있다. 나도 어쩌면 글을 쓰고, SNS에 글을 게재하는 것은 일기가 확장되어 예전에는 나 혼자 알고 싶은 비밀이 있었다면, 지금은 남들에게 들키고 싶은 비밀을 알리는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어찌되었든 이 책은 그런 이에게 다정하게 다가왔다.    


다음으로 작가로써 찔린다는 일이다. 작가의 글은 일기 이상이어야 한다는 걸. 여기에서 ’일기 이상‘이란 자신 이외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이다. 돈을 받고 쓰는 글은 적어도 일기에서 한 걸음 내딛은 어떤 것일 필요가 있다. 세 권의 책을 내면서 자기 고백적, 치유하는 글쓰기를 쓰며 많은 마음이 정화되었다. 그러나 그 책을 돈 주고 사서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가.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찔림은 요즘들어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자고, 집에서 밍기적거린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 계절이 지나간 허전함일까, 코로나로 인한 집콕 때문일까, 백수로써 느끼는 게으름과 권태로움일까. 그러다가 어제 동네책방에서 독립출판 팔리고 인세를 입금해준 것을 확인했다. 마음이 뜨끔, 따끔했다. 내가 쓴 책, 부지런히 읽힐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내가 부지런히 글 쓰지 않고, 이렇게 지내도 되는건가, 하면서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고 뭐든 글을 계속 써야겠다고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마지막은 늘 이번 책이 좋다는 것이다. 연재노동자로 지내며 글을 엮어서 출간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번엔 글방과 글쓰기 교사로써의 이슬아, 코로나 시대의 우리가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것, 기후 위기에 맞닿은 지금 우리가 해야할 고민들. 그런 것을 마주하고 있어서 좋았다.    


이를테면 ”동물을 가장 많이 귀여워하는 시대이자 동물을 가장 많이 먹는 시대를 살고 있다. 외면하는 능력은 자동으로 길러지는 반면, 직면하는 능력은 애를 써서 훈련해야 얻어지기도 한다. 무엇을 보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볼 것인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수업에서 나온다.“ 본인의 고민이 담겨 있으면서도, 우리 시대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 논의해야 할 부분, 이 부분을 짚어주는 것이 좋았다.      

때로 나는 내 삶을 나른하고 졸린 삶으로 비유한다. 그리고 항상 깨어있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그게 또 쉽지는 않다.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마음의 근육은 생겼지만, 글에 대한 근육과 글을 오래 쓰고 살려면 느껴지는 체력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나 또한 부지런한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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