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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Dec 09. 2020

장기하 산문집<상관없는 거 아닌가?>

한창 락페스티벌 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30대 초반. 그날도 타임테이블을 확인하며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들으러 여기저기 쫓아다녔다. 1박 2일 정도 양일권을 끊고 오늘은 어떻게 동선을 정해서 밴드 공연을 볼지 고민하며 즐거워했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한 공간에서 다음 공연 밴드였다. TV로 봤을때는 무뚝뚝해 보이길래, 공연 또한 그냥 그런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헐... 공연을 보려고 올림픽 어느 홀이 사람으로 가득찼다. 사람들이 스탠딩으로 서 있는 곳은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좌석에 있는 곳으로 가서 서서 공연을 봤다. 역시.. 공연은 라이브로 들어봐야 한다. 엄청 절도 있는 몸짓과 쏙쏙 귀에 들리는 가사말, 그리고 마이크를 관중으로 향했을 때 떼창으로 부르는 사람들을 보고 엄청 놀랐다. 1, 2곡 밖에 모르지만, 잘 모르는 음악이 나와도 에헤라디야~ 어깨춤 추고 팔딱 팔딱 점프하며 공연을 즐기던 생각이 난다.     


공연으로 만나봤던 장기하라는 인물을 이번에는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원한다면 누구든 읽을 수 있기에 어쩌면 무대 위 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즐거워진 것도 사실이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데, 음악으로 따지만 귀에 잘 때려박힌다고 하나? 눈에 잘 들어왔다. 어려운 표현이나 단어 없이 말을 잘 푸는 모습이 좋았다.     


먹방 프로그램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먹방 관련, 음식 관련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눈으로 글을 보고 내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함께 먹고 있는 상상을 하면 이미 작가와 나는 하나가 되어 있고, 그 음식은 빈 그릇이 되어 있다. 이런 내게 이번 글에서 라면에 관한 내용은 최고였다. 인생 최고의 라면을 작가가 끓여 먹었다면, 나도 옆에서 ”한 젓가락만“ 하면서 뺏어 먹은 얄미움과 뿌듯함이 함께인 기분마저 느꼈다.  

   

”식빵, 두부, 대파, 양송이, 김치, 나물, 밑반찬 등을 산다. 맥주와 와인도 산다. 늘 구비해놓고 떨어지면 다시 채우는 것들이다.“ 나는 이 대목이 너무 좋다. 어찌보면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새로운 음식들을 먹을까, 그리고 얼마나 익숙한 음식들을 먹을까. 습관처럼 버릇처럼 익숙한 것을 찾고, 구비해두는 것. 작가가 양문형 냉장고를 채우는 기쁨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나의 냉장고를 채우는 기분이였다. 그리고 상당히 기분 좋아졌다. 자연스러운거. 좋다.     

”이런 일들이 정말로 대중음악 자체를 좀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있는가? 다시금 머리가 아파지는 대목이다.“ 오~ 이런 부분 좋아한다. 머리가 아파지는 부분. 논의가 필요한 부분, 길게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늘 물음표를 갖고 질문을 던지는 내용을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대중음악과 관련된 부분에 새로운 궁금증과 물음표를 던져주는 것에 새로웠다. 지금까지는 전혀 그렇게 생각을 안 했지만, 앞으로 생각할 부분이 된 것 같아 같이 머리가 아파보고 싶다.     


이번 책은 낮과 밤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낮의 영역에는 글투랑 말을 푸는 내용이 나와 닮은 것을 발견했다. 엄청 반가웠으나, 이 또한 내 착각일수도. 그래도 뭐. 상관없는 거 아닌가? 수학 문제집 문제풀이 영역처럼 잘 풀어서 흐르는 듯한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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