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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Dec 16. 2020

김보통이 전하는 이야기<아만자>

김보통 작가님의 책을 알게 된 건 2017년 양수리 친환경 도서관에서다. 신간 코너를 살펴보다가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라는 책 제목에 끌려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아만자라는 책을 5권 세트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분들게 이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해줬고, 같이 감정을 나누는 일이 많았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없는 집이 없었고, 누군가는 살아가고, 누군가는 운명을 달리하기에 한번씩은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의 서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만자. 암환자로 6개월의 시한부를 선고 받게 된다면 또 어떤 마음일지 가족의 입장에서,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고등학교때 여름방학 내내 ㄲㄷㄴ에서 지내며 봉사활동 한 적이 있었다. 장애가 있는 남성분들이 계신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거기에 입소해서 계시는 다리 한 쪽이 없는 분을 알게 되었다. 그 분은 늘 콧노래를 부르고,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기관 선생님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 분이 이 곳에 입소하고 나서 늘 우울하고 힘들어 하던 분이라고 했다. 그 분은 장애가 없었고, 그저 가족에게 버려진 기분, 본인이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늘 힘들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건물에서 뛰어 내렸고, 다리를 잃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로 그분은 밝아지셨다고 한다. 이제야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본인이 똑같아졌다는 동질감과 또한 내가 모르는 감정들로 인해 그 분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고, 고등학교 때 내게는 큰 충격이였다. 아만자 책에서도 주인공과 같은 병실을 쓰는 암환자 분들이 나온다. 이유는 모르지만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었고 비슷한 나이의 또래를 병실에서 만난다. 하루종일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는 그의 다리가 부러진 것은 자살 시도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암을 진단 받고 돌아오던 날 육교에서 뛰어내렸고, 다리가 부러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고등학교 때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예전에 알던 어느 분이 최근에 내게 연락와서 그런 말을 했다. ”은주쌤은 티 없이 맑고, 밝게만 자라와서 세상이 얼마나 힘든 지 잘 모를거라고“ 오잉? 그러는 당신은 나의 삶을 알고 하는 말이신가요? 라고 말은 안했지만, 그 대신 제가 출간한 책 읽어 보셨어요? 그거보면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금은 아실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남들이 보는 내 모습과 내가 겪는 내 모습은 다른거다. 아들이 암환자라서 치료를 필요로 하지만 순간 치료비를 생각하며 한숨 짓는 누군가. 그것도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은 이상 모르는 거다.     


누군가 가족이 아플 때 주변 인물들이 겪는 슬픔과 불안, 마음들을 잘 묘사해냈다. 그리고 꿈 속 여행과 사막의 왕을 찾아 다니는 과정 또한 흥미롭게 그려냈다. 내 마음들은 잘 살고 있을까? 내 마음은 푸른 초원일까, 공허한 사막일까. 그 사막에서 꽃을 피우고 메말라 가게 되는 자신을 생각하며 슬퍼지지는 않을까. 마음이 따끔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것을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너의 마음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였냐고 말이다.     

”살아, 눈부시게“ 이 말은 이후 김보통님의 다른 책에 책 제목이 된다. 김보통님의 내멋대로 고민상담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이 책 내용은 조만간에. 참고로 모두 내돈내산입니다.     


내용중에 주인공 여자친구가 등장한다. 그만하면 됐다고, 충분히 잘 해줬다고, 더 이상 병실에 안 와도 된다고 주변에서 말해주지만. 그걸 듣는 여자친구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자기 방식대로, 그들의 방법대로 이별하는 중인데, 남겨지는 슬픔도 꽤 쓸쓸하고 씁쓸한 고통일 것 같다. 이별과 관련된 책을 출간한 내 입장에서도 이별은 서툴다. 그리고 최근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내 멘탈이 날아갔다. 먼저 내 이름을 물어봐주길 기다리지 않고 본인의 이름을 말하는 장면도. 마지막 한 컷도 좋았다. 그래서 내 이름은 최은주. 슬프러 가는 게 아니라 숲으로 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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