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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Dec 18. 2020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지난해 텀블벅으로 밀어준 책 중 제목이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지난해 직장 다닐 때 잠시 이 책을 직장에 가져갔고, 제목에 호기심을 느낀 50대 여자 선생님께서 빌려가도 되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하루만에 다 읽었고, 책에 대한 느낀점을 카톡으로 보내준 적이 있다. 책에 나오는 엄마의 시대가 직장에서 만난 선생님과 연령대가 비슷해서 비슷한 시대상을 겪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접한 글은 그 시대를 넘어서서 할머니 시대의 이야기에 맞닿아 있다. 그리고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는 딸이 엄마를 인터뷰했다면, <우리가 르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는 자전적인 이야기다. 많게는 아흔이 다 되신 어르신 분들의 이야기는 정말로 이런 세상이 있었나? 여자들이 붙잡혀 가고, 가족이 눈 앞에서 총살 당하고, 사고로 자식을 잃고, 이게 우리 할머니들의 시대인가? 많이 놀랐다. 우리 할머니도 이제 내년이면 85세이시다. 할머니께 직접적으로 전쟁이나 아픈 이야기를 물어본 적은 없다. 감히 짐작만 한다. 할아버지는 둘째 할머니로 우리 할머니를 만났고, 할머니는 둘째 아들을 사고로 잃고, 막내딸은 조현병에 걸리고, 더 말하면 TMI. 책을 보며 우리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할머니는 글은 읽고 쓸 줄 아시지만, 이 책의 할머니들처럼 툭 터놓고, 인생 이야기를 할 만한 공간이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순천시 평생학습관 한글작문교실에서 공부하는 할머님들은 글을 배웠고 더불어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그림을 배웠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색감이 엄청 밝은 편이다. 그리고 원색이 많다. 요즘 코로나 시대, 미세먼지가 많은 이 곳에. 잿빛도시, 회색도시,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더 없는 따뜻함을 준다. 막상 할머니의 한 평생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밝지만은 않았을텐데. 색감 쓰시는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꼈다.   

  

우리 동네와 한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그곳에서 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시는 할머니 분들을 순천시 소녀시대라고 부른다고 했다. 어머! 우리 동네에도 부용리 소녀시대가 존재하는데... 지역마다 소녀시대는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다같이 모여서 흥거운 축제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허허-     

”앞으로 내 꿈은 죽는 날까지 요양원 안 가고 사는 것입니다.“

우리 할머니 또한 요양원에 가면 죽으러 가는 것.이라는 공식을 갖고 계신다. 요즘 할머님들이 걱정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짐작 되었다.     


”집에 있으면 몸이 아픕니다. 그래서 가장 메고 학교 가는 날이 기다려지고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저도 그럴때가 있답니다. 여럿이 있을 때 스치듯 지나간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느 곳을 가는데 너무 신나서 본인이 뛰고 있었다고 했다. 뛰다 못해 날아가고 싶었다고. 그런 기다림과 설레임이 있는 곳이 있다면 감성돈 또한 집에 있으면 좀이 쑤시고 몸이 아팠던 것 같다.   

 

”나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인 것 같습니다“ 

너무 멋진 말이다.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할머님들께서 하신 말씀은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셨다. 이제 스타트를 끊었다고 생각한다. 할머님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풍성하게 나오기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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