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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an 03. 2021

당신의 우주가 몇 평이든 상관없이 <9평 반의 우주>

책 제목과 표지 그림, 표지에 있는 설명만 보고 책을 구입했다.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나름 까다로운 기준으로 책을 고르는데, 이 책은 ‘솔직당당 90년생의 웃프지만 현실적인 독립 에세이’라는 말이 좋았다. 역시, 제목과 부제목은 잘 뽑아야 한다.     


나이 삼십대라는 공통점, 자기만의 우주가 있다는 점이 공감되어 책을 골랐다. 처음 책을 읽을 때 독립출판 <삶이 고이는 방, 호수>라는 책이 떠올랐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고, 1부를 읽을때는 그랬다. 내가 생각했던 가벼움과 재미보다 좀 더 깊고 진지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어쩌면 20대가 지나고, 30대를 맞이한 사람들, 30대가 되었지만 아직 모르는 인생과 일상에 대해 진일보한 감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30대 파이팅! 이라는 말보다 조금 더 농밀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생각했다. 감성돈 올해 나이 37세. 내가 20대 때 읽은 에세이는 그때만의 공감을 느꼈고, 30대가 되어서는 30대의 에세이를 자주 보고, 40대 분이 쓴 에세이를 보며 내 미래를 그려보는데, 조금씩 중심 의미나 목표가 달라진다. 40대에는 또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을 선택과 집중할까 생각하며 책을 보게 되었다. 나도 내 중심 의미가 달라지고 있겠지. 건강하게 흔들린다면 다 괜찮다. 이런 생각.     


행복의 비밀을 찾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고 실천하는 모습도 도전적이고 재밌는 과정이였다. 독립초보자들을 위한 팁! 여러 가지 팁들도 내겐 유용했다. 자취생활 시작한지 17년 된 나도 어찌보면 독립 초보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좋은 건 배우고, 익히면 내 인생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거니까. 팁!을 쓸모있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책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정리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각자 자기만의 우주에서, 행복하기를.    


“언젠가 지금 사는 동네를 떠올렸을 때 거리나 식당 말고 사람도 함께 떠올랐으면 싶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느슨하게나마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친구가 절실했다.”    


“역시 맛있는 음식만 먹고 살기에도 짧은 생인 것이다.”    


“‘독립’은 언제나 떠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이지만 떠나 보내는 사람에게도 그것은 새로 서는 일이다. 이제 당신의 사랑과 조언 대신 내 판단과 마음을 믿겠다고 선언하는 자식을 잘 놓아주는 것. 거기서 오는 외로움과 상실감을 잘 컨트롤 하는 것. 배운 적 없는 감정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선 오랫동안 잊고 살던 ‘나’를 건져내어 단단히 세워야만 한다.”    


“이별을 말하는 이와 통보받는 이의 타이밍이 어긋나는 불행한 순간. 정도의 차이일뿐, 우리의 타이밍은 대부분 딱 들어맞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자주 잊는다. 이해가 사랑의 전제인 양, 이해에 실패하면 사랑할 수 없다는 듯 굴었던 날들이 많다... 이해하지 못해도 함께 영화 볼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해도 마주앉아 밥 먹을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해도 같이 산책할 수 있다.”    


“나는 서른 살의 내가 이전보다 괜찮은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마흔엔 나름의 멋도 느껴지길 바란다. 청춘은 점점 멀어져가고 화려한 파티는 끝났을지 몰라도 내가 나를 만들어갈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기깔나게 멋진 어른은 아니어도 좀 나은 어른은 될 수 있다고. 더 나중에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누가 그랬다. 원래 축제는 뒤풀이가 더 재밌는 법이라고.”    


“어쩌면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며 해석과 의미를 덧그리는 것이 우리가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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