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8일(토)-퇴사 후 18일
얼마전부터 치킨이 먹고 싶다. 지난번 충주 할머니 댁 갔을 때 치킨 한 마리 시켜놓고 셋이 먹은 게 충격이 컸다. 할머니는 돈을 아끼려고 그랬던걸까, 정말 셋이 그거 한 마리 먹고 배가 부를거라고 생각하셨을까. 치킨을 시키려고 하는데 배송비 2천원을 받는다고 해서 할머니는 배송비 안 받는 집에서 주문을 하기 위해 30분 넘게 여기저기 치킨집에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한 마리를 시켜 먹기 위해 그런 노력을 하셨다.
혼자 살면서 직장 다닐때는 1인 1닭이였다. 불과 한달 전 치킨을 시켜 먹을때는 두 마리 치킨을 시켜서 한 마리는 그 자리에서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며칠을 꺼내어 먹은 걸로 기억한다. 직장 다니면서 돈도 버는데...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싶으면 사 먹는게 맞지. 그런 생각으로 치킨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금은 명분이 없다. 직장은 그만두었고, 백수라서 생활비를 아껴써야 하고, 혼자 1마리를 먹기에는 너무 과한 소비인 것 같고. 치킨을 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았다. 오늘 먹고 싶은 메뉴가 내일은 떠오르지 않기를 바라지만 치킨은 벌써 며칠째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직장 그만두기 전에 센터에 다니는 중고등학교 여자 친구들과 약속한 게 있었다. 연말에 혼자 사는 우리집에 와서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말이다. 그때는 치킨, 피자, 떡볶이 등 친구들이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서 맘껏 먹고, 즐겁게 놀기로 했었다. 그러나 여러명이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웠고, 결국 우리는 파티를 하지 못한 채 나는 퇴사를 해버렸다. 같이 파티하기로 해놓고 나 혼자 도망친 것 같아서 마음이 찜찜했다. 그래서 며칠전에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그 파티를 하자고 말이다.
한 명은 센터를 다니고, 한 명은 학원을 다니고, 한 명은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다닌다. 그러나 이번엔 시간이 맞아 떨어졌고,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집에 모여서 파티를 하기로 했다. 드디어 치킨을 시켜 먹을 명분이 생긴 것이다.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좋은 것 하나. 그리고 드디어 치킨을 먹을 수 있어서 기쁨이 가득하다. 물론 치킨을 배불리 먹을거라고는 생각안한다. 라면도 끓이고, 다른 것들도 먹으면서. 그러나 치킨을 먹기는 하니 치킨 먹은 포만감을 간직하고팠다.
내가 사는 건물이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앞집에 메모를 하나 남겼다. 일요일에 조금 소란스러울수도 있으니 양해 바란다고 말이다. 서둘러 집 청소도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얘들아, 반가워. 대화는 나중에 하고 먼저 치킨부터 주문하지 않을래? 내일 나의 첫 대화가 생각났다.
드디어 내일은 치킨을 먹는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