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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r 01. 2021

"모두 책을 덮으세요"

“모두 책을 덮으세요”

감성돈은 충주에서 여중, 여고를 나왔다. 아마도 중학교 3학년 무렵, 역사 시간인 것으로 기억한다. 2000년대 전임을 감안하여 내용을 보시기를. 어느날 역사 선생님은 교과서로 수업을 하다가 한마디 하셨다. 

“모두 책을 덮으세요. 100년이 넘지 않은 건 역사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고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응?!”

교과서의 거의 끝 무렵, 1900년대부터 근현대사를 배우지 못하고 교과서를 펼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역사 선생님의 이런 신념이 무척 멋있어 보였다. 


“그래, 100년이 넘지 않은 건 역사가 아니기에 공부할 필요가 없어!”

그런 마음은 고3때 후회했다. 수능시험 공부를 하며 전혀 배우지 못한 역사를 눈으로 보고, 머리로만 외우려고 하니 너무 힘들었다. 고등학교때도 역사를 배울 일이 있었지만, 그때도 이미 100년이 넘은 건 역사가 아니기에 배울 필요 없다면서 수업 시간에 엄청나게 딴짓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가 근처에서 자취를 하다가, 어느날 충주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아버지와 함께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네?? 저게 영화가 아니라 다큐예요? 실제 있었던 일이예요?” KBS 1TV 였던 것 같고, 흑백의 다큐멘터리였다. 그게 영화가 아니라 사실이라는게 우리나라에 있었던 일이라는 데 놀랐다. 그리고 대학 근처 천안독립기념관도 다녀오고, 뒤늦게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 마음속에 일었다. 고등학교 문학시간에도 어두웠던 시절에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세계사를 배우며, 내가 알고자 하면 기회는 많았으나, 중학교 때 역사선생님의 신념이 날 집어삼켰다.    

  

지금 우리는 2021년에 살고 있다. 지금 학생들은 삼일절을 배웠을까. 나도, 그 역사선생님도, 책을 다시 펼치기를 바란다.      


역사도, 현실도 바로 알기 위해 노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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