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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r 07. 2021

산책과 기록의 기쁨을 더해주는 <걸어서 만든 그림>

산책과 기록의 기쁨을 더해주는 <걸어서 만든 그림>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에서 자취했을 때 응봉산에 자주 올라갔다. 자취방 바로 뒤 청계천에서 함께 살던 친구와 캔맥주를 빨대 꼽아서 마시며 걸었다. 남산도 버스타면 금방이라서 대학원 수업 없는 날 혼자 남산 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고는 했다.      


서울시 강동구에서 자취할때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갔다. 천호대교, 잠실대교를 돌아서는 지점으로 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북한산 둘레길이나, 강동구 그린웨이를 자주 걸었다. 


경기도 부천시 역곡역에서 자취할때는 주변 사람들의 차를 타고 인천 바다를 가거나, 버스타고 동작구를 자주 갔다. 대학원 때문에 부천시 역곡역에 살았지만, 술친구들이 모두 동작구에 살았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자주 동작구 밤거리를 비틀비틀 배회했다. 또한 대학원 사회복지 실습을 동작구에 있는 곳으로 하게 되어 두 달 정도 출퇴근하듯 오고 가면서 근처 산책을 많이 했다. 사회복지 실습기관 이용자 분들과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장을 보고 다녔다. 그래서 <걸어서 만든 그림> 이 책에서 나오는 동선이 반가운 곳이 있었다. 서울에서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면서 9년을 살고, 걸어다녔다. 그래서 회색 도시 속에서 푸름을 만나는 순간이 무척 기뻤고, 느리게 걸으며 그 순간을 즐겼던 것 같다.      


이 책은 동작구의 자연, 문화자원이 조화를 이룬 7코스의 동작충효길을 지역주민이자 지역예술가의 시선으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내용이다. 그림 에세이 보면서 내가 보았던 서울 풍경이 겹치면서, 지금도 그 풍경은 그대로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자꾸 이별하는 일 같다.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변한다. 80년대에 태어나(와우, 저두요!)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내고 2000년 대에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몇 차례나 재개발로 사라지는 것들과 새롭게 덧씌어지며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을 지켜봐 왔다. 눈이 아플 정도로 못생긴 간판과 큰 건물 앞에 놓인 이상한 조각들에는 무심하면서도 오래된 건물과 동네에는 입을 모아 싹 밀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도시, 서울. 서울에서 고향이라는 의미는 구름처럼 떠났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단어 같다”     


책 속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바로 뒷 문장이 찐이다. 활자로 옮겨 적을 수 없다. 직접 책으로 읽으시기를... 잠시나마 서울에 살며 젠트리피케이션, 용산역 철거와 관련해 남아있는 분들의 곳곳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또 한번 놀랐던 것은 지금 내가 자리잡은 양수리. 두물머리라고도 부른 이 곳에서도 불과 몇 년전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농부님들의 터전을 빼앗기던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걷고 있는 산책길, 새로 지어진 청결하고 깔끔한 관광정원. 이 곳도 농부님의 터였던 것인가... 그런 의식을 하며 걷는다.     

 

<걸어서 만든 그림> 글과 그림도 좋았지만, 또 한번 놀랐던 것은 산책노트이다. 이거 나 또한 두물머리를 산책하며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는 것에 반가웠다. 그리고 기분 좋아졌다.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산책이라는 것으로 하나가 되는 공감대가 있음이 말이다. 산책 노트에 있는 아주 작은 부분만 공개하겠다. 너무 소중해서 직접 사서 보시라- 책도, 산책 노트도 용지가 친환경 용지이고, 그림이 연필로 금방 스슥사삭 그린 것 같다. 누가 잠깐이라도 지우개를 갖다대면 소중한 그림이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꼭꼭 내 품에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책을 읽고 이 책을 소개할 때 내 산책길 배경 사진도 추가해야지... 하는 마음에 방금전 산책길 갔다가 바로 꺾어서 돌아왔다. 허허- 오늘이 주말이로구나. 주말은 관광객들이 많아서 숨이 차다. 평일에 다시 나만의 시간을 갇는 걸로. 소중한 책. 산책노트도 채워보며 나만의 길을 만들겠습니다. 책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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