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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y 30. 2021

미숫가루가 제철

2주전, 이천에 사는 언니와 형부, 아이와 함께 동네 떡&커피에 다녀왔다.(감성돈 외동임)

사장님께 말했다. 우리 형부도 떡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인사를 주고 받았다.

뭔가 내 소중한 분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내가 또 아는 좋은 이웃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였다.      


며칠후 커피를 사러 혼자 갔다. 카페 사장님은 그때 오신 분은 어디에 사는지, 어떤 떡을 만드는지, 주로 어떻게 판매하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사장님께서 먼저 질문을 하신 적은 별로 없는데 놀라운 대화의 핑퐁에 놀랐다.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본인도 방앗간을 하니까, 떡집 하는 사람들 보면 이뻐 보인다고 말이다. 그때 부부와 아기를 봤을 때 너무 이뻐 보였고, 본인이 더 즐거워졌다고 했다. 새벽에 작업을 시작하는 일. 그것을 아는 분을 만났다는 동질감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즐겁다고 하셨다. 손님과의 약속이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그것을 해내는게 보기 좋아 보인다고 했다. 애기도 이쁘다고 했다. ... 왜 내가 눈물이 날 것 같지... 

     

그리고 어제 미숫가루가 먹고 싶었다. 다시 가게에 가서 미숫가루를 주문했다. 오늘도 사장님께서 먼저 잘 있었냐고, 무슨 프로그램 신청하러 센터 다녀간거냐고 물어봐주신다. 사장님도 내 얼굴을 알아주시고, 질문을 해주시는 모습에 뭔가 동네 사람 인정 받은 기분이였다. 무언가 큰 서로의 공통점과 연대로 끈끈해진 기분이였다.      


사장님은 앞으로 수요일은 쉰다고 하셨다. 쉬는 날 없이 일을 하셨기 때문에 휴일을 정해두신 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눈에 사장님의 손이 보였다. 한 곳에서, 한 가지 일을, 가장 이른 새벽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분의 손은 어떤 모습일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장님께 손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봤다. 커피물이 들어서 상태가 엉망이라고 하시며 수줍게 손을 보여주셨다. (원본 사진은 감성돈에게. 인터넷에 올리는 사진은 손에 나오는 지문이 도용될 수도 있다는 말에 하트 스티커로 가림)     

손은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손에는 그 사람의 서사가 있다. 두물머리 새벽을 여는 방앗간 사장님이 계심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오는 손님을 위해 일찍이 문을 열어두시고, 따뜻한 공간을 데워주심을. 감사하고 기억하고 싶어졌다. 감사합니다.


미숫가루가 제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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