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수리 감성돈 May 30. 2021

찜~ 전봇대

찜~ 전봇대     


지금 할머니께서 사는 연립이 감성돈이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으로 졸업, 중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함께 살던 곳이다. 충주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했고, 왠지 촉촉해진 집앞 풍경을 보고 싶어서 라이더 분이 올때까지 앉아 있었다. 내 앞에 전봇대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서 우다다 뛰놀던 내 모습이 보인다.  

    

초등학교때 동네 또래들과 어울려 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전봇대는 숨바꼭질 할 때 술래가 눈을 가리고 ”꼭 꼭 숨어라!“했던 것이다. 정해진 시간동안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세며 모두 숨기를 기다렸고, 다들 숨죽여 어디선가 술래의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술래에게 들키지 않게 먼저 달려가서 전봇대를 터치! 찜!!! 하면 그 사람은 통과~ 한발 늦은 술래는 다음 숨은 사람을 찾으면서도 누군가 달려나와 전봇대를 찜하지 않을까 주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친구들과 더 이상 뛰어놀지 않게 되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나는 그 이유가 기억난다. 동네 오빠가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도 한번 해보겠다고 했고, 잠깐 만졌는데 게임기가 고장이 났다. 그 동네 오빠는 내게 돈을 물어내라고 했다. 본인도 쓰다가 고장난 것이니까 반값만 내놓으라고 했다. 1만원.     

 

나는 그 돈이 없었다. 할머니께 달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었다. 뻔히 집안 사정을 아니까. 그래서 학교를 마치면 동네를 지나갈 때 조심스레 동네 애들이 놀고 있는지 확인했다. 게임기 값을 물어내라던 동네 오빠는 술래가 되었고, 나는 숨고 아무도 없으면 다다닥 집으로 뛰어가는 놀이 아닌 그런 일들이 오래 계속 되었다. 어쩌다가 마주치면 지금 집에 어른이 없다고, 다음에 돈을 주겠다고 했다. 나도 돈을 갚고 다시 동네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할머니는, 우리집은 돈이 없었다.      

어제 아버지께 이 얘기를 했다. 

”게임기가 얼마였는데?“

”만원이요“

”...그때는... 그 돈이 없었지.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렇게 쓴 웃음 지으며 밥을 먹었다.      

 

전봇대야, 

너는 다 봤겠구나.

지금 내 모습은 어때?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이제 음식을 받고 몸도, 마음도 자라난 나. 

할머니, 아버지가 있는 그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숫가루가 제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