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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y 30. 2021

갈증

대전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동안 목마름이 심했다.

갈증이 났다. 오늘 보게 된 대전 이모할머니의 상황도,

장염 때문에 물도, 커피도 못 마시고 입술만 적시고,

대전에서 본 장미들도 내리는 빗방울이 유리구슬처럼 맺혀서 촉촉하게 빛나는데,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지쳤다.     

아버지께서 커피 한 잔 하고 싶다고 하셨고,

동네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여유는 없었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바로 옆 카페, 횡단보도 건너서 보이는 카페,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더 들어가야 보이는 비밀정원 같은 카페. 어디서 커피를 사야하나... 망설임도 없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비밀정원으로 들어갔다.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깊고 높은 빌딩숲 옹달샘 같은 휴식과 마실거리, 녹색갈증을 풀 수 있을 듯 보였다. 비록 커피를 주문하고 만들어지는 시간. 아주 짧은 시간 머물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무언가 녹색 식물로 가득찬 카페에 중후한 멋을 가진 남성분이 안경을 고쳐쓰고 내게 인사했다. 아... 커피를 주문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사진도 찰칵찰칵.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카페 사장님은 미소지으셨고, 살펴가라고 인사해주셨다. 밖에 아버지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아버지께 커피를 건네드렸다. 그렇게 대전을 벗어나는 길, 아버지는 커피 맛을 보고 오늘 중에 가장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이야~ 커피 맛있네, 엄청 잘 내렸네“

아버지 커피나 차에 대해서 입맛이 까다로우신 편인데, 맛있다는 말에 깜짝 놀라 한 모금 마셔봤다. 가벼운 목축임이 모든 목마름을 해갈해주었다.      

오늘 긴 하루를 돌고 돌아 내 머물곳이 있는 두물머리로 왔다. 온 사방에 녹색이 가득하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고 물을 세 컵 벌컥벌컥 마셨다. 대전에서 갈증을 느낀 나는 정말로 목이 말랐던것인지, 상황이 답답해서 목이 탔던것인지, 녹색이 보이지 않는 도시가 답답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옹달샘이 되어준 카페에 감사함을. 내가 사는 마을에도 감사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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