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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ul 05. 2021

공황장애 8년차, 사랑니 발치 현장!

공황장애 8년차, 사랑니 발치 현장!      


귀마개, 이어폰, 공황 비상약, 물통을 미리 가방에 넣어둔다.      

3년 전, 왼쪽 사랑니를 발치하던 당시, 

그때도 공황장애가 있었고, 발치 전 마취주사를 맞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리에 민감해서 귀마개를 끼고 왼쪽 사랑니 2개를 발치했다.      

치과를 가본 적이 별로 없는 30대 중반의 공황장애가 있는 감성돈은 오른쪽 사랑니는 남겨두기로 했다. 이번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3년 전에는 뭣 모르고 사랑니 발치를 했지만, 

이번엔 이미 아는 고통이라서 계속 그 상황이 생각났다. 그래서 수술일자를 빠른 날로 해달라고 했다. 괜히 혼자서 불안감에 겁먹을 바에야 에라이~ 해치워버리자! 이런 생각이였다.     


오른쪽 사랑니 위 아래 모두 매복치였고,

동네 치과에서는 하기 힘들다고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대학병원으로 가서 엑스레이, CT, 피검사를 마치고, 

부작용 있는 약물까지 얘기했다. 물론 공황장애는 제일 먼저 말했다.      


다음날, 시간이 되었고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조용히 내가 누울 자리를 살펴보고 차분히 약을 꺼내서 물과 마셨다. 심호흡-

간호사 쌤도 꽤 긴장한 모습이였다. 마취주사를 맞았고, 충분히 쉬었다.  

의사 선생님이 오셨고, 귀마개를 끼려고 준비중인 내 모습을 살피셨다.

차라리 음악을 들으라고 했다. 편하게 음악을 선곡하게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음악 음량을 더 올려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소리를 좀 더 크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 정도 소리 괜찮으세요?”

내가 음악을 듣고 있기에, 조금 큰 소리로, 기계를 틀어보고 소리가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체크해주셨다. 괜찮다고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했고, 수술은 시작되었다. 나의 선곡은 오마이걸즈의 던던댄스, 오예~ 댄댄스~      

아래쪽 매복치를 뽑는데... 어? 

아래쪽 다 뽑았다고, 위쪽도 뽑겠냐고 의향을 물어봤다. 

나는 또다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걱정할까봐 누운 자리에서 다리랑 다리를 꼬며 발로 댄스를 추는 것 같은 몸짓을 했다. 의사쌤이 말씀하셨다. 

“엄청 센스있는 분이네. 괜찮으니까 걱정말라고 싸인 보내주시네”

이런 얘기를 했고, 그제서야 간호사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허허-      

순식간에 다 뽑고 내 입안에 뭔가 뭉치를 넣어주셨다.

간호사 선생님께 제일 먼저 감사하다고, 걱정 많으셨죠, 진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 왜 오늘 하나만 뽑는다더니 다 뽑으셨냐고 물어봤다.

내 컨디션이 좋고, 내가 잘 견뎌줘서 할 수 있었다고. 엄청난 칭찬을 해주셨다.    

 

그렇게 감사함을 전하고,

기분 좋게 일어서다가,

한 걸음, 두 걸음,,, 허허, 주저 앉았다. 

아니. 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지. 긴장이 풀렸나보다.

의사 선생님은 잘했다고 긴장 풀려서 그런거라고. 

간호사 선생님은 찬물을 갖다주셨다.

의사선생님은 간호사선생님께 10분 정도 내가 쉴 수 있게 옆에 있어달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내게 남은 사랑니는 모두 사라졌고,

다시 치과병원에서 사랑니 발치로 인해 선생님들을 볼 일은 없겠지.

병원을 나서며 공황 안에서 사랑니를 발치한 나에 대한 뿌듯함보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혼자 서기엔 어렵지만,

설 수 있게 도와주신 마음에 감사하다.

아! 오마이걸즈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던던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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