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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Nov 15. 2021

이슬아 작가 신간, <새 마음으로>

동네 철물점이 늘 궁금하다. 철물점에서 파는 물건은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우리 동네 하나뿐인 문방구점도 마찬가지다. 이 동네에서 살게된 지 5년째, 항상 조금은 낡은, 또 그 모습에 정이 가는 풍경에, 같은 사장님이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왠지 조선 시대에도 같은 사장님께서 옷만 다르게 입고 이 곳을 지키고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마을이 궁금하고, 마을 이웃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37살의 내 인생에도 크고 작은 굴곡과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있는데, 다른 분들은 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이번 이슬아 작가의 책도 나의 생각과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 이웃 어른 인터뷰는 생전 처음보는 분이 아니라 곁에서 마주친, 잘 알고 지내지만 또 가장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새 마음으로 마주본다. 또 반복된 하루가 아니라, 새롭게 시작된 하루. 하루를 낯설게, 새 마음으로 바라본다.      


작년에 인터뷰에 대해 배우고 이웃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 녹취를 하고 펜과 종이를 들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면 어르신들은 아무말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하신다고 했다. 같이 농사일을 하고, 지친 땀을 막걸리에 실어 보내면 그 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찐!이라고 한 적 있다. 어느 정도 단계를 이루고, 조심스럽게 다가간 책에서의 인터뷰 전과 인터뷰 후의 풍경과 눈과 마음이 오고가는 모습에 더 집중하며 읽었다.      

응급실 청소 노동자, 농업인, 아파트 청소 노동자, 인쇄소 기장, 인쇄소 경리, 수선집 사장님이 책에서 인터뷰 대상이다. 어떤 분들을 인터뷰했는지 직업만 드러냈다면, 읽는 이의 감정도 처음엔 쭈뼛, 어색함이 감돈다. 그러나 응급실 청소 노동자 이순덕, 농업인 윤인숙 등등 성함을 함께 기록된 것을 보며 어디선가 접해본 살가움과 오고가는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젊어서 와가지고 여기서 늙었지요. 하하하” -책 내용-     


“사는 게 너무 고달팠어요”라고 말한 뒤 “그래서 더 힘든 사람을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 두 문장이 나란히 이어지는 게 기적처럼 느껴진다.  

-책 내용- 


조금 더 살아본 인생 선배님들만이 할 수 있는 농담이 느껴진다. 각자 다른 분의 인터뷰 내용이지만 조금은 닮은 듯 또 다른 듯한 보물찾기 같은 대화 속 찐하고 짠한 문장들이 많다. 관심있게 바라본 사람만이 눈치채는 마음 같은 것.      


“어느 한 파트에서라도 잡아주면 사고가 되지 않는데요. 여러 파트가 조금씩 무심하게 일하면 이렇게 사고가 나요. 서로 꼼꼼해야 하는 것 같아요” ” -책 내용-     


이때 사장님의 어깨는 이완되어 보인다. 얼마큼의 세월이 필요할까? 어깨에 힘을 빼고도 틀림없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되기까지. 

 -책 내용-     


“손님이 찾으러 왔을 때 자신이 있어. 자신 있게 이어보라고 할 수 있어” 

 -책 내용-     


일을 하면서 손님이 오는 것에 자신이 있을 때, 어깨에 힘빼고 틀림없이 일할 수 있을 때, 여러 파트에서 무심해하지 않고 조금 더 꼼꼼했을 때 얼마나 굉장힌 아우풋이 나올지, 그분들의 에너지가 대단했다.      

<새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생각나는 책이 있었다.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이다. 예전에 50~60대 선생님들이 많은 곳에서 일했을 때 나는 쉴때마다 책을 읽었다.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책을 잠시 두고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다른 선생님이 그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이 책 하루만 빌려줄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책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본인의 인생과 너무 닮아서, 선생님이 자라온 시대의 이야기라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책 속의 엄마가 본인과 닮았다고 했다. 이번 <새 마음으로> 책 또한 그렇다. 내 또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분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인터뷰를 한 분들은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만 했는데, 그러면서 또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모습에 잠시 책을 내려두고 눈을 감았다. 아주 멀지도 않은 내 가족 또한 생각이 났고, 나도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당연하게 받아온 것들이, 내 가족은 급한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그러다가 몸이 아프면 자식들에게 미안해지는 것. 그게 참... 점점점...      


책 거의 끝에 노루발을 보고 왜 마음이 아팠을까. 시골 마을에서만 볼 듯한 달마다 뜯어야 하는 달력을 보고 왜 다음장 넘기기를 머뭇거렸을까... 책 속에 여백들이 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할까. 그런 책이였다. 나 또한 조금 더 새 마음으로- 낯선 마음으로- 미래로- 나가서 좀 걷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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